★ "내게는 타인의 연애보다 마카롱이 흥미진진해." (p.75)
★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오사나이, 제발 무사해줘.
어쨌거나 오사나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가 데리고 돌아가야 하니까......! (p.106)
소시민의 삶을 지향하는 고등학생, '고바토 조고로'는 여느 때처럼 '오사나이 유키'의 권유로 디저트 가게로 향합니다. 그런데 주문한 마카롱의 개수가 세 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영문인지 접시에는 네 개의 마카롱이 담겨 있었는데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마카롱 하나를 더 갖다 놓은 것이라 예상한 두 사람은 범인의 의도를 추리해내려 합니다. 뉴욕 치즈 케이크, 베를린 튀김빵 등등 디저트와 얽힌 미스터리들로 꽉꽉 채워 담은 <소시민 시리즈> 첫 단편집!
사소하지만 강렬한 한 방, 매력적인 '일상 미스터리'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이 일본에서 2009년에 발간된 이후, 실로 오랜만에 발간된 '소시민 시리즈'입니다. 작가님은 워낙에 일상 추리소설로 유명하신 분이고, 대표작인 고전부 시리즈는 <빙과>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도 나왔죠. 보통 추리소설을 생각하면 살인이나 상해 등 무게감 있는 사건들이 스토리 소재로 활용되곤 하는데, 작가님의 추리소설은 일상에서의 사소한 소재들을 가지고 매력적인 서사를 구축해나간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특히 이번 단편집은 단편이라는 특성상 이전에 발매된 봄, 여름, 가을 편보다도 사건의 무게감은 다소 가볍습니다. 그럼에도 각 에피소드 후반부에 나름 강렬한 반전을 남겨두어 내용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고, 새로운 캐릭터 '코기 코스모스'도 작품의 감초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단편은 세 번째, '베를린 튀김빵 수수께끼'였는데요. 사건의 소재도 매우 규모가 작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서사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허를 찌르는 서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 '추리'에 대한 아쉬움
그러나 작은 계기에서 출발해서 마지막에 반전을 터뜨리는 서사구조에서 과정에 해당하는 '추리' 영역이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어 이 점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처음에 나온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는 추리 과정도 납득이 되고, 작가님 특유의 '씁쓸한' 뒷배경도 좋았지만, 마카롱의 개수 차이만으로 오직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진상에 다가서는 서사 구조는 단편의 길이를 고려하더라도 집중하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또한, 추리를 즐겨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그들이 일부러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이전 작품인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을 가장 재밌게 읽었는데, 가을 편에서는 주인공 두 사람의 감정이 본편의 방화사건과 촘촘히 얽히면서 추리 영역에 있어서도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작가님께서 이전 작품이나 '고전부 시리즈'의 단편집인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에서 보여주신 만큼, 보다 다채로운 장면들로 추리 영역을 꾸려주셨다면, 독자들이 결말뿐 아니라 결말까지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