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고양이 1 - 동물이 사라진 세계 책 읽는 샤미 9
박미연 지음, 박냠 그림 / 이지북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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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지수는 : ★★★★ (8/10점 : 템포가 빠르긴 해도, 이거야말로 SF지!)

"난 또 진짜 고양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잖아. 그럴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 말이다." (p.43)

"정말 실망이다. 난 널 위해 모든 것을 다 해 주었는데, 넌 나 몰래 이런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다니......" (p.161)

"네가 성공해서 날 구해 주면 되잖아. 지금까지 잘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난 믿어." (p.210)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열네 살 소녀 서림이는 어느 날 회색 고양이 은실이를 만나게 됩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이기심으로 인해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가 모두 멸종된 2085년. 서림이는 살아 있는 동물을 10억 크레에 거래한다는 광고를 보고, 뉴클린시티 진학반에 들어가기 위한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은실이를 데려가는데요. 거래 현장에서 마주친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수상한 여자, 전설의 해커 레드홍, 잘생긴 소년 호세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서림이는 뜻밖의 진실에 다가서게 됩니다.

섬세한 설정, 매력적인 '녹색 SF'

박미연 작가님의 <시간 고양이>입니다. 제목부터 시선이 확 끌렸던 작품이었고, 실제 내용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들 중에서 SF의 탈을 쓴 문단 소설들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환경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은 SF가 지녀야 할 기본적 요소들을 탄탄히 갖추고 있어 좋았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설정, 포유류의 멸종 이후 곤충이 증가하면서 생태계 먹이 사슬이 무너진 상황 등등, 구체적인 상황 설정이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렵지 않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녹색 SF'라는 장르를 가장 탁월하게 담아내고 있는 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급박한 소설 전개, 긴장감을 갖추되 조금 아쉬운

꼼꼼한 설정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소설의 전개 자체가 굉장히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나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질질 끌리지 않고 신속하게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다음에 등장할 내용을 바로 예측하지 못해 긴장을 느끼고, 무리 없이 제시되는 반전을 통해 작품에 흠뻑 빠져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전개 속도가 빨라 비밀번호 탐색이나 흑막의 심리 등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어야 할 대목들이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현재 분량 자체도 그렇게 적은 분량은 아니기에 템포를 늘이기는 다소 불가능해 보이지만, 소설의 완성도를 위해서 잠시 쉬어갔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날카롭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녹색 액션으로

이 작품이 생태 동화로서 그 위상이 뚜렷한 이유는, 환경 문제의 원인을 지적하는 방향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기존의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일부 기업의 독점, 혹은 천재지변만을 이야기한 것과 달리, 이 책에서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부터 일부 세력의 음모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고민하게 되고, 그 모든 원인들의 근원에 '인간의 이기심'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겠죠. 다채롭게, 또한 날카롭게 원인을 제시하고, 다양한 장르를 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요소들은 작품 내에서 적절히 융합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환경 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현재,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녹색 액션으로서 탁월했습니다.

'당장 환경을 좋게 하기는 힘들어도,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겠죠?' (p.232)

작가의 말을 접하면서, 작가님이 단순히 지구의 환경 문제를 작품의 소재로서만 생각하고 계신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탄탄한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성공적인 SF가 등장할 수 있었겠죠.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가 모두 사라져 버린 2085년, 동물로부터 위로와 살아갈 힘을 받지 못하는 칙칙한 세계가 도래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 주는, 짜릿한 재미를 간직하고 있는 <시간 고양이>였습니다.

#푸른여우의냠냠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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