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 YA! 3
나나미 마치 지음, 고마가타 그림, 박지현 옮김 / 이지북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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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지수는 : ★★★☆ (7/10점 : 이 책, 자꾸 정이 가네?)

    ( * 이 서평은 이지북에서 주관하는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가능하면 기사라기와 함께."(p.99)


   ★ "강하게 마음먹으면 못 할 건 없어. 괜찮아."(p.138)


   ★ "하지만 실패를 무서워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순간, 실패하는 거나 마찬가지야."(p.154)


   주인공 '기사라기 미우'는 다른 사람의 좋지 않은 미래를 보는 '미래 시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녀는 어릴 적 겪었던 일을 계기로 다른 사람의 운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소심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미래 시력을 지니고 있는 '다키시마 유키토'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게 됩니다. 운명을 점치는 유튜브 리포터 '유키우사'의 정체와 또다시 닥치는 불길한 미래, 깜찍 발랄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일품입니다.


   소박한 소재들로 쌓아 올린 클리셰

   일본에서는 <사키요미!>라는 이름으로 현재 5권까지 발간된 바 있는, 나나미 마치와 고마가타의 <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입니다.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눈길을 끄는 책인데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설정은 이미 클리셰라고 불릴 정도로 수십 번 넘게 활용되어 왔고,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남자아이를 만나 주인공이 변화된다는 전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반전이나 인물들이 숨겨둔 진심 또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아동 애니메이션에서 언젠가 본 것 같은 소재에 해당합니다. 더군다나 1권의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사건 또한 생각보다 소소하고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기존의 아동 문학을 접한 학생들에게는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자꾸 응원하게 되네? 촘촘하고 디테일한 '진짜' 어린이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다 보면, 평범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책 속에 만들어진 허구의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는 것은, 다시 얘기하자면 그 등장인물들을 마치 살아 있는 인물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도카와 츠바사문고 게시판을 보면, 일본의 초등학생 독자들이 작중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고 있는 메시지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특별한 힘이 이 책을 단지 평범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게 합니다.

   그것은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귀엽고 깜찍한 그림체 때문도 있을 것입니다만, 물론 그것뿐만은 아닙니다. 요컨대, 이 책은 주인공들의 인물 설정이 실제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촘촘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처음에 '운명을 바꿀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유키와 맞바꾸어 자기가 살아났다는 사실을.......(p.10)'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창해 보이는 묘사와 달리 유키라는 아이는 머리에 상처가 나고 이후 사이가 멀어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입장에서 볼 때 자기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는 일은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것처럼 거창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주인공이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는 과정은, 오히려 상당히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동화들이 스케일도 커지고, 소재도 점점 복잡해지다보니 큰 사건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른바 '멘탈 강한 아이들'이 자꾸만 등장합니다. 그런데 본래 어린이들의 모습이란 이 책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등장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 책의 아이들은 비정상적으로 예쁘고 잘생겼지만!) 작은 상처에도 쉽게 좌절하게 되고, 친구가 이사하면 영영 못 만날 것이라는 생각에 며칠 동안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촘촘한 어린이들의 심리 묘사가, 다소 평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을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응원을 얻을 수 있는 거겠죠. 이러한 심리를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에는, 어쩌면 이와 같은 소소한 전개가 오히려 어울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번역과 구성에 대한 아쉬움, '사키요미'에서 '제로 럭키'로

   원제였던 <사키요미!>는 '미래를 읽는다'는 뜻으로, 일본에서는 작품의 제목을 네 글자로 짓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은 제목입니다. 특히, '사키요미'는 번역판에서 '미래 시력'에 해당하는 능력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책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부분은 '불행'이 아니라 그러한 불행을 읽고 등장인물들이 바꾸어나가는 '미래'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사키요미!>가 <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라는 제목으로 변화하면서 메인이 '미래'에서 '제로 럭키', 즉 '불행'으로 옮겨집니다. 표지에서 '제로'에 형광펜이 그어져 있는 것도 이러한 중점 이동에 한몫하고 있고, 이로 인해 독자들은 '불행'의 주체를 주인공인 소녀로 착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미 올라온 서평에서는 미우를 불행한 소녀로 해석한 경우가 많은데, 작중에서 '제로 럭키'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우는 타인의 불행을 볼 수 있을 뿐이지 본인은 불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문제는 이 책이 한 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시리즈물이라는 점인데, 이미 1권에서 '다키시마'와 함께 운명을 바꾸기로 긍정적으로 변화한 미우에게 '제로 럭키'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사키요미'를 '미래 시력'으로 번안한 것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원판 그대로 가져오면서 유튜브 리포터 이름인 '유키우사'나 '미미후와'도 일본어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후와포요' 같은 방송 리액션 등이 작중 몇 번 등장하는 만큼, 오히려 이러한 콘텐츠들을 우리말로 적절히 번안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즉, 원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찰을 한 흔적이 눈에 보이지만, 이 책의 주제와 시리즈적 구성을 고민했을 때 좀 더 효율적인 번역이 이루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괜찮아. 운명은 바꿀 수 있으니까.(p.50)"

   등장인물의 입으로 직접 전달되는 이 책의 주제는 다소 직접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어째선지 마음 한 곳을 울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고마가타 일러스트레이터의 깜찍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진짜 어린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촘촘한 심리 묘사가 이러한 울림을 가능하게 했을 것입니다. 간단하고 소박한 전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이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좀 더 적절한 편집과 번역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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