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구 문학사를 주름잡았던 마르그리트 뒤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 그리고 콜레트. 세 명의 글쓰기에는 저마다 ‘어머니’의 존재가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어머니들은 제각기 자식을 지극히 사랑했고, 아동학대의 개념이 없었던 시절인 만큼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식들을 얽매고, 속박하기도 했습니다. <글 쓰는 딸들>은 작가 개개인에 대한 충실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전기傳記가 3부작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은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또 거기에 어떻게 모녀 관계가 얽혀 있는지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인물에 관심을 갖게 하다, 성공적인 전기의 특징

전기를 쓰는 일은 논문처럼 자료들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소설처럼 극적인 서사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렵습니다. 자료가 부실하면 소개하고자 하는 인물의 역사를 왜곡해버릴 수도 있고, 그렇다고 내용이 서사적이지 못하면 이번에는 독자들이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지 힘들어지죠. 그렇기에 책에서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되는 인물들의 일생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처음에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 책, 시중에 나오는 소설들보다도 훨씬 극적이면서, 잘 쓴 연구서적만큼이나 구성이 알찼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그녀들의 삶

저자는 세 작가들의 일대기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행동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프로이트의 견해를 인용하기도 하고, 교육에 대한 현대적인 관점으로 인물들의 내적 심리를 분석하기도 하고, 또한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인물들을 둘러싼 사회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의 삶을 재연하는 일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서구 문학사의 주축인 세 작가에 대한 전기지만, 아동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교육 지침서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정신분석학 서적으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갑니다.

극적인 다큐멘터리, 탁월한 내레이션

또한 저자는 오늘날 다큐멘터리처럼 멀리서 작가들의 삶을 서술하다가 어느 순간 작가들에게 빙의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곤 합니다. 이러한 완급 조절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의 일생이 마치 하나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전기나 고전 번역서 중에는 각각 집필자, 번역자가 대상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허균의 글을 번역한 책에서 역자가 ‘오늘날 관점에서 봐도 얼마나 놀라운 책인가!’ 하고 혼자 감탄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영화에 집중하던 찰나에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었을 때처럼 집중도가 확 떨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도 서술자의 개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어디까지나 작가들의 일대기를 다루는 데에 집중하고자 하는 목적이 보이며, 상술한 장점들이 맞물려 서술자가 옆자리 관객이 아닌 작품의 내레이션으로서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저자가 딸과의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부분이 등장합니다만, 딸의 입장이 아닌 저자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다른 영역에 비해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상술했듯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전기를 쓰는 사람은 인물의 인생을 왜곡해서는 안 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되 독자들이 이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미있게 글을 써야 합니다. 서구 문학에 관심이 거의 없던 제가 책을 다 읽은 후, 겉표지에 그려진 콜레트의 <암고양이> 광고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책이 저에게는 전기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 걸작으로 남은 모양입니다.

(*이 서평은 창비 <글 쓰는 딸들>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란 학대받는 아이들조차도 모두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P128

흔히 주장하기를 아이들은 어른만큼 물질적인 것에 중요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가난은 다른 여러 형태로 아이들의 불안을 키운다. - P203

어머니 시도는 편지에 이렇게 써 보내곤 했다. "내 사랑의 크기만큼 너를 껴안아 내 안에 품는다." - P4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