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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모르는 그에게 - 세계 최고의 관계 연구소 러브랩이 전하는 남녀관계의 비밀
존 가트맨 외 지음, 정미나 옮김 / 해냄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시대를 가리지 않고 항상 남성들의 관심사는 여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인간이란, 특히 남자란 그렇게 만들어진 동물이니까.
그렇지만 관심 있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노력의 방향이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여자의 마음을 더욱 쉽게 얻을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그 여자가 나를 좋게 볼까? 여자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많은 남자는 같은 고민을 하지만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여자를 만나 연습을 하며 익숙해지고 나아지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기가 없는 남자는 많은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으므로, 연습할 기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 여자의 마음을 얻게 하는지 알 수 없고, 그렇게 악순환은 반복된다.
이 악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은 관계 밖에서도 시도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책에 있을 테니, 여자의 마음을 얻는 책을 읽는 시도도 당연히 있다. 그리고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시중에는 연애 관련 서적들이 적지 않게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어차피 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하는데, 이 통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시중 대부분의 책은 '어느 한 사람의 성공사례'를 일반화해서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방법을 다른 사람이 쓴다고 해서 그대로 통하는 경우는 그리 없다. 그래서 어쭙잖은 연애 서적을 읽느니 잘 검증된 대인관계 서적을 읽는 것이 연애에 도움이 된다.
<그녀를 모르는 그에게>는 그런 책들 사이에서 몇 안 되는 가치 있는 책이다. 애매하고 모호한 연애 관계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이 100% 정답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남녀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우선 저자부터 보자. 존 가트맨은 임상심리학자이며, 심리학과 명예교수이다. 줄리 슈워츠 가트맨은 심리치료사다.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학문인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두 사람이 썼다. 적어도 어느 한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안 하겠다. 책의 뒤편에 보면 각 챕터별로 참고한 참고문헌이 수십 개는 있다. 적어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이 되겠다.
"우리는 당신이 모든 여자가 바라는 바를 터득해 여자들이 가장 원할 만한 남자가 되도록, 다시 말해 당신이 여자를 침대로 끌어들이거나 속이기 위해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는 그런 남자가 되지 않도록 이끌어주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 86p"
책 안의 이런 문구만 보더라도 픽업 아티스트 가이드마냥 가벼운 느낌으로 쓴 책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아쉬우면서 의문이 드는 점은, 왜 남자를 위한 책만 있을까 싶었다. 여자는 남자를 그렇게 유혹하고 싶어서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남자의 마음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여자는 너무 복잡해 이렇게 책으로 써내기엔 아직 연구가 부족한 건인지는 모르겠다 반대 방향에서의 책도 나왔으면 꽤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남자들이 찾아온 질문의 답이 이 책에 있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가장 가까운 답일 것이다. '연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책보다는 수많은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고 연구한 책이 더 믿음직스럽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인간의 마음에선 어느 한 사람의 통찰력보다는, 과학적 방법으로 얻어진 통계적 결론을 믿기 때문에, 연애 관계에서는 이 책을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