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베이즈통계학 입문 ㅣ 세상에서 가장 쉬운 시리즈 (지상사)
고지마 히로유키 지음, 장은정 옮김 / 지상사 / 2017년 3월
평점 :
사회과학이 전공인 대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통계다. 거의 모든 사회과학 학문은 그 가설의 검증 수단으로 통계를 사용하고, 그래서 모든 논쟁의 밑바탕에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학부생들은 대개 1학년, 입학하자 마자 통계를 공부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입시 특성상, 수학이 싫어서 오는 학생들이 인문사회계인 것을 감안하면 수능에서 막 벗어난 학생들에게 다시 수학(엄연히 말하자면 통계는 수학이 아니지만)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겠다.
반면 나는 이공계 학생이었다. 이과로 수능을 쳤던 것은 물론, 대학에 와서도 미적분학과 공업수학까지 다 들었다. 지금은 전공을 바꾸어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통계의 기초적인 논의는 수학에서 오니까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회과학에도 이런 명확한 검증 수단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인문학과 달리 자신의 주장을 수치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통계를 퍽 좋아하게 되었고, 전공 공부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통계를 공부했다.
베이즈통계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위에서 말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한 칼럼에서, 기존 통계학의 p-value 검증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래서 이제 그 대안적인 다른 통계가 조명받고 있다고 했다. 그 칼럼에선 그 대안에 대해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았다. 베이즈 통계학은 그 대안 중 하나다.
거의 모든 사회과학도가 배울 기초 통계학.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을 설정하고, 사건을 관찰하여 p<0.05인 경우 대립가설을 채택하는 그것. 베이즈 통계는 저 과정과는 전혀 다르다.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이 둘 다 맞을 수 있는 '애매한' 통계이면서, 들어오는 정보에 따라 결과의 확률이 변해가는 실시간적인 통계다. 이 낯설고 흥미로운 통계학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베이즈통계학 입문>은 놀랍게도 쉽게 풀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책이다.
많은 사회과학도들이 통계 수업을 들으면서 좌절하는 것은, 수능때 지겹도록 봤던 수학 기호들이나, 알아들을 수 없는 통계 수식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가 베이즈 통계학을 접하면서 그렇게 좌절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책의 절반까지 베이즈 통계학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수식은 단 한 차례도 쓰지 않는다. 사각형의 넓이만으로 베이즈 통계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 눈으로 읽는 것 만으로도 어떻게 분석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통계 기호와 수식을 통해 베이즈 통계학이 어떤 것인지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나처럼 기존 통계학(네이만-피어슨 통계학)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 부분에 나오는 내용들이 꽤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쉽다. 기존 통계학을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수많은 사회과학도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좌절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싶다. 저자는 베이즈 통계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좌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정말 충분히 쉽다. 책의 절반만 읽어도 좋다. 절반만 읽더라도 '베이즈 통계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그 원리를 알려주고자'하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다. 입문서로 이보다 더 쉬울 순 없다. 그러니 이 책으로 애매하면서도 신기한 베이즈 통계학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