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
윤연모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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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날 저녁에 그 부부와 대화를 나누고 나니 밤 열 시가 다 되었다. 아직도 해는 서녘 하늘에 걸려 있어서 대낮 같았다. 돈 씨 부부와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의 따뜻한 초대에 감사하는 의미로 그 다음날 한국 가곡 시디 한 장을 선물로 들고 방문하였다. 그 시디는 막 만들어진 한국가곡으로 그중의 한 곡은 나의 시 사랑을 가곡의 노랫말로 썼다. 그들은 노랫말이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가사를 알 수 없지만 선율이 아름답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역시 음악은 통역이 필요없는  국제적인 언어임이 틀림없다. 그들이 나에게 답으로 안드레이 보첼리의 시디 한 장을 주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우리는 그날 저녁에도 밤 열시가 넘을 때까지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돈씨 부부가 그렇게 행복해보였는데, 대화를 나누어보니 그들 나름대로 심각한 사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재혼하여 팔 년째 사는데 육개월 전부터 남편이 위가 약하여 오래 서 있지도 못한단다. 그들 부부가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답해주어 네덜란드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인생살이는 어디에서나 똑같다는 점이었다. 단지 숨 쉬며 살고 있는 곳이 다르고 인종에 따라 피부색과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위병으로 고생하는 돈 씨가 빨리 나아서 그들 부부가 다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내가 떠나는 날 아침에 물가까지 나와서 배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는 가끔 돈 씨 부부가 건네준 시디를 들으며 그들을 정겹게 떠올린다.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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