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사과나무 그늘에 누워있었다. 나뭇잎 사이의 하늘은 작열하는 태양, 눈부심이었다. 전쟁 포화가 비구름을 쫓아버리기 때문일까. 날씨는 계속 가물었다. 하늘은 계속 타고 있었고 땅은 끝없이 목말랐다. 그러나 사과나무 잎은 푸르렀고 열매도 조롱조롱 열려 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름을 살고 있는 끓는 하늘도 잠잠했고 땅은 더욱 잠잠하게 침묵하고 있었다. 전쟁은 어디쯤일까. 전쟁은 정말 있는 것일까. 살육과 파괴와 고문이 정말 있었던가. 팔월도 이십일을 넘어 하순으로 기울고 있는데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 중략 123쪽 일부

 

감나무 잎이 검푸른 빛을 잃고 따뜻한 주황빛으로 물이 들어가며 열매가 익어가는 빛이 멀리서도 잡힐 만큼 선연해지는데, 푸른 하늘을 이고 있던 산들은 검누렇게 시드는 빛으로 겨울 옷을 입기 시작했다. 기도를 잃은, 아니 기도가 불가능해진 나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어, 가을로 변색되어가는 계절이 내 영혼을 더욱 시리게 만들고, 추위에 떨고 있는 마음을 기댈 곳 없게 만드는 것만 같네.

 

- 중략 281쪽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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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2017-07-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잔이 넘치나이다>. 이 소설은 맹의순, 그분의 이마에 찍어 주신 여호와의 표를 우리의 이마에도 찍어주시기를 염원하며, 맹의순의 삶을, 우리 영혼과 몸으로 받아들이자.
하나님께서 役事하시어 奇績의 산을 이룩하신 대한민국에게,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계 表象을 삼으려 하셨던 뜻을 거두려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