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y and the Pillar (Paperback)
Vidal, Gore / Vintage Books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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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사에서 이 작품은 남성 동성애와 양성애를 정상적이고 온당한 성적 행위로 그린 최초의 작품들 중 하나다. 그래서 출판 당시 <뉴욕 타임즈>를 위시하여 매우 부정적인 서평과 반응을 받았다. 뿐 아니라 이 소설 출간 후 1950-60년대의 동성애공포적 역습(homophobic backlash)으로 인해 이 소설 이후에 출판된 고어 비달의 다섯 편의 소설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대신 우리는 하나의 역사적 역설을 목격하게 되는 데, 그것은 이 소설로 인해 비달은 선구적인 게이 남성 작가로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이브 세지윅이 19세기 및 20세기 동성애를 둘러싼 담론들, 문학 작품들을 자세히 검토하면서, 동성애공포에 맞서는 관점에서 동성애의 사회적 구성을 이론화 한 책인 <밀실의 인식론>(1990)에서 논의한 동성애에 부과된 이중구속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
고딩 시절 짐 윌라드는 밥 포드에게 성적인 끌림을 경험했다. 같이 테니스를 치고 같이 샤워를 하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 고딩졸업전에 호수가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던 그 "이상한"(queer) 경험은 짐 윌라드의 인생을 영원히 다른 것으로 맹글어 버리고야 만다. 대도시 어디론가 혹은 선원이 되어 대양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는 밥 포드, 성적 끌림의 대상을 찾아 짐도 집을 나서고. 이리 저리 떠돌면서 주인공 짐은 자신이 여성들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허니 알게 된다. 
선원이 되어 바다를 떠돌며 이 항구 저 항구 전전하던 시절 짐은 어느날 같이 술과 오입 사냥을 나섰던 동료 선원에게서 "이상한 자식"(queer)이라고 정의된다. 그 '이상한' 나를 밀실에 가두어 숨겨둔 채, 짐은 헐리우드 비버리 힐즈에서 우연히 테니스 코치로 일하게 되고, 거기서 미남을 밝히는 남성외모주의자요 유명한 배우인 로날드 쇼를 만나 두 번째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 사이의 사랑, 연애감정, 침대부르스는 왼갖 오바와 가면(masquerade)으로 가득하다. 짐은 폴 설리반이라는 작가를 만나 바람질을 시작하고. 이리하여 복잡하지만 단순하기도 하며 때로 여러 남성들과 여성들이 동시에 꼬여서 왼갖 난리부르스를 떠는 동성애/양성애 사랑질이 펼쳐진다. 이리 저리 떠돌아 다님시롱.

2차 대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짐은 자신의 첫 정이자 되찾아야 할 사랑의 대상인 밥의 행방을 알게 되고, 그가 곧 결혼할 것이라는 소식도 듣는다. 첫사랑에 대한 희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드디어 짐은 오래도록 욕망해온 밥을 만난다. 뉴욕의 한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어느 호텔로 들어선 그들. 결과는? 짐은 거절당하고 밥은 욹그락 붉으락함시롱 한밤중인데도 호텔문을 박차고 나선다. 
 
미국 문학사를 보면 남자들끼리의 우정/사랑을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몇 개만 꼽아보자면 이렇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백인 소년 헉과 흑인 짐의 우정/사랑. <모히칸 족의 최후>를 쓴 작가인 페니모어 쿠퍼의 작품들에 나오는 내티 범포가 토착 미국인 추장인 칭가추크에게 보내는 애정, <모비딕>에서 이슈마엘과 퀴퀙의 사랑. 이들의 우정/사랑을 동성애적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들의 관계는 최소한 호모에로틱한 측면을 지닌다. 

이들의 동성애적 측면은 동성애공포적 사회의 검열을 두려워하여 호모에로티시즘으로 승화되어 묘사되고 있다면, <도시와 기둥>의 작가 비달은 짐과 다른 남성 인물들을 분명하게 '밀실의 게이들'로 그리며 그들의 사랑 행각hk 성적인 활동이 이성애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정상적이고 온당한 행동이라고 그린다. 그렇다면 호모에로티시즘과 호모섹슈얼리티의 경계는?

짐이 오래도록 찾아 헤매고 기둘려온 밥과의 조우 장면에서 밥이 보이는 반응, 처음으로 짐을 '이상한queer 새끼'라고 부르며 그를 내친 동료 선원이 보인 반응은 전형적인 동성애 패닉이라 할 수 있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는 게이/레즈비언 밀실을 생산, 재생산하며, 다른 한편 부정할 수 없이 동성애를 목격하는 경우 혹은 동성애라고 '의심'하게 되는 장면에 연루된 거의 모든 이들에게 동성애 패닉을 양산한다.  
동성애 패닉(homosexual panic)이란 게이들을 게이라고 열라 두들겨 패 준 "멀쩡하면서" 못된 새끼들이 저지를 폭력을 무죄이게 하거나 최소한 처벌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되는 방어 전략이다. 세지윅은 19세기 후반, 20세기 내내 동성애 패닉은 "이성애 남성들에게 권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정상적 조건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즉, 동성애 패닉은 게이들을 보고 열라 놀라고 혐오하고 공포시려워 (하는 척)함으로써 남성 동성애를 사회적으로 애시당초부텀 폐제하는 사회-심리 기제로 작동한다는 것. 

지금도 많이 다르지는 않겠지만, 이 소설에서도 주된 분위기는 <동사서독>에 나오는 유명한 술, 취생몽사주를 마시는 똑 그 분위기이다.  자기를 잊고자 하면서도, 버틀러 표현대로 하자면, "슬퍼할 수 없는 슬픔"을 달래느라. 읽으면서 술마시고 술마시면서 읽게 되는 책. 

제목은 성경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 소돔과 고모라는 왼갖 "타락"이 횡행한 도시였고, 그 "타락"의 핵심은 동성애질이라고 시사된다.  결국 신은 이 "타락한" 도시들에 불의 처벌을 내리기로 작정하는데, 그 도시에 신이 선택한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살고 있었던 것. 아브라함을 생각하여 롯은 구원해 주기로 한 신은 천사를 보내 롯에게 어여 도시를 빠져나가 니 삼촌있는 곳으로 가라고 하는데.... 신이 선택한 아브라함의 조카라는 이유로 '구원'을 받은 롯. 반면 그 마누라는  그 도시가 그리워, 구원의 조건인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엄명을 어기고 그 "불타는" 그 도시들을 뒤돌아 보다가 벌을 받아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열라 남성중심적인 이야기를 비틀어 쓴 것. (구원은 남성이 하고 구원을 받는 것도 남성이며, 여성은 구원을 받을뻔했는데, 결국 최초의 여성으로 기술되는 이브마냥,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엄명"을 먼저 어기는 자가 됨으로써, "너희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되리라"는 징표로서 소금기둥 역을 맡아야 한다는 열라 "교훈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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