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포의 작품 세계는, 미국 원주민 대학살과 흑인을 노예로 부려먹으면서 확립한 미국의 백인문명의 어두운 그림자와 집단 무의식을 잘 드러낸다. 

 포의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이 선집은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좋다. <붉은 죽음의 가면>은 역사적 알레고리로도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적사병 혹은 붉은 죽음의 가면은 백인의 대량학살로 인해 죽어간 미국 원주민을 알레고리화한 것이다. 흔히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에 대한 탐구로 해석되는 <어셔가의 몰락>은 백인문명의 몰락으로도 읽을 수 있다. 어셔가가 황량한 대지위에 있다는 것, 고립 속에 있다는 것은 미국에 온 유럽이주민들과 그 후예들을 상징한다. 분가가 전혀 없고 재산이 아들에게만 전해지는 어셔가의 "근친상간"은 문자 그대로의 근친상간이라기 보다는 백인들만의 결혼을 의미한다. 즉, 다른 인종에 대해서는 노예제도나 폭력을 통해서 성적 결합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부인하고 그 결과(후손)을 차별하면서도, 백인만의 "인종적 순수"를 지키려는 인종차별주의를 포는 어셔가의 "근친상간"이라는 성적인 은유를 사용하여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은 고양이는 무엇일까? 

 포의 단편소설들은, 근대 인간에게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심리 현상들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으며, 포의 소설들을 보다 역사화하여 19세기 미국맥락에서 읽자면, 미국의 백인문명의 어두운 그림자를 잘 드러내고 있다. 흑인과 미국 원주민을 억압하고 탄압함으로써 미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백인들의 무의식으로 형성된 공포와 죄의식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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