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순한 열정 (양장)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너로 가득한 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라고 하면 좋을까? 그냥 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빛 바랜 느낌인데 더 좋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은 짧은 문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솔직한 글이었다.
`내 열정의 근원을 알기 위하여 정신분석학자들이 하듯이 내 오래된 과거나 최근의 경험을 더듬어 찾아낼 생각은 없다. 어린시절 이래로 내게 영향을 준 심리적 모델을 근거로 해석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내 열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정당화되어야 할 실수나 무질서로 여겨질 수도 있다.`
`약속 시간을 알려 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요즘은 `한 남자와 미친 듯한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거나 혹은 과거에 그랬었다고 숨김없아 고백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고 공감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그렇게 마구 이야기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대화흘 나누면서 ˝맞아요. 나도 그래요. 나도 그런 적이 있어요.˝ 하고 남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이런 말들이 내 열정의 실상과는 아무 상관없는 쓸데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 알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무언가가 사라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