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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평점 :

나는 국립 중앙 박물관에 때가 되면 간다. 전시회를 보러 혼자 갈 때도 있고, 아이들의 역사 공부를 위해 갈 때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갈 때도 있다. 박물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이 책처럼 나는 유물멍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랜 세월을 거쳐 내 눈앞에 있는 유물을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혼재하는 기분에 멍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유물들을 지금 볼 수 있다는 건 경이로우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런 나에게 <유물멍>은 선물 같은 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라면, 아이들에게는 가기 힘든 곳일 수도 있고, 가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보고 싶은 유물을 미리 찍어보기도 하고, 유물 스티커를 나눠 가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러모로 나에게 유용한 책이었기에, 나처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들이 소장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시회에 가면 습관처럼 도록을 사곤 했는데, 매번 전시회마다 도록을 사려고 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유물멍>은 그런 나의 마음에 조금 위안을 준다. 특히 유물마다 독자들의 이야기나 편지들을 읽으며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나와 다른 생각들을 보며 즐거운 상상과 아이디어가 샘솟는 느낌이다.
<유물멍>이 좋았던 이유는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와 관람객들이 뽑은 최애 유물 100가지가 그들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새로운 유물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유물은 어둡고 어렵고 접하기 힘든 것이 아니다.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통해 유물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 있으며, 그 시대의 이야기를 지금의 우리들에게 따뜻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