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
전광진 엮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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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해→사고→기억’ LBH학습법 아시나요?

성대 전광진교수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 최초 출간

한자어 5만8천개 속뜻 쉽게 풀어써 이해기억 “쏙쏙”

사전 혁신 ‘집념10년’ 전과목 수학능력 향상 모델 창안



사전의 뜻풀이 방식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모든 과목의 공부방법을 혁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수학습법이 바로 LBH(Learning By Hint). 그리고 LBH 교수학습법을 활용하여 만든 사전이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표지 사진>. 성균관대 전광진교수(중문과․사진)가 학습법을 창안하고 이 사전을 만들었다. ‘10년의 집념’이 이루어낸 역작이다. 지금껏 이런 종류의 사전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화제다.


그럼 기존의 우리말 사전과 어떻게 다른가. 우리말은 알다시피 70% 이상이 한자어이나, 기존 사전은 ‘낱말과 정의’로만 풀이되어 있다. 가뜩이나 한자도 어려운데 그 뜻(훈음)을 알 수 없어 찾아봐도 학습에 도움이 안된다. ‘속뜻사전’은 5만 8천개의 단어를 ‘낱말→훈→속뜻→정의’로 기술했다. 예를 들어보자.



부담(負擔)


질 부, 멜 담


등에 짊어지고(負)

어깨에 멤(擔)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짐


갈등(葛藤)


칡 갈, 등나무 등


칡(葛)덩굴과 등나무(藤)덩굴처럼 서로 뒤얽힘


견해, 주장, 이해 등이 뒤엉킨 반목, 불화, 대립, 충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전교수가 유례가 없는 사전제작이라는 힘들고 고독한 작업에 뛰어든 것은 97년. 학생들의 수학(修學)능력이 한자를 배우지 않은 까닭에 현격히 떨어진 것을 알고부터이다. 어떻게 하면 한자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할까를 고민하던 중, 한자어의 속뜻을 알려주니 낱말에 대한 이해와 사고, 나아가 기억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말 중 한자어 5만 8천개를 선정하여 ‘전문사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힌트(암시)에 의한 학습법(LBH)을 창안하게 된 것.


사재 털어 출간…LBH교육연구소 설립 학습법 전파나설 터


일반 출판사들은 모두 2000페이지가 넘는 원고뭉치를 “적자가 뻔하다”며 외면했다. 할 수 없이 사재를 털어 사전출판을 위한 ‘LBH출판사'를 만들었다. 그의 소망은 초중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이 사전을 적극 활용하여 어휘력과 전과목 수학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또한 멀지 않아 ’LBH교육연구소‘를 설립하여 이 학습법 전파에 나설 계획이다.


전교수 특유의 뚝심은 ‘늦깎이 공부’에서도 방증된다. 1974년 김천의 성의상고를 졸업한 전교수는 한국은행에 입사, 11년동안 은행원으로 일하다, 배움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어 81년 성균관대 중문학과 문을 두드렸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내처 대만사범대 석사, 대만대학교박사학위(권위있는 학위로 정평이 나있다)를 취득하는 것으로 열매를 맺게 된다. 전교수가 농촌출신(경북 김천)이었기 때문에 교육과 연구의 외길을 걸으며 이런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농삿일(지게질, 쟁기질 등)을 도우며 어렵게 실업계고교를 졸업한 한 수재의 집념의 땀방울이 수십 명이 매달려도 완성하기 어려운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의 페이지마다 올올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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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
전광진 엮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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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 마침내 출간!!!

한자어 5만8천개 속뜻 풀어 가나다順 2049p 배열

전광진씨 ‘집념10년’ 결실…어휘력향상 징검다리役

사전 혁신! 공부 혁명! ‘학습 모델’ LBH학습법 창안


국어사전에 ‘포물선’이 어떻게 풀이되어 있을까.

포물선(抛物線) : (명)<수학>원뿔곡선의 하나. 평명 위 한 정점과 한 정직선에서의 거리가 같은 점의 궤적.


무슨 뜻인지 개념이 선뜻 와닿는가. 전광진씨(성균관대 중문과 교수․사진)가 10년의 산고(産苦) 끝에 최근 펴낸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책표지 사진)의 ‘포물선’을 들춰보자. 먼저 ‘던질 포(抛) 물체 물(物) 줄 선(線)’이라는 훈음을 적시하고 ‘물체(物體)를 던졌을(抛) 때 생기는 반원 모양의 줄 같은 선(線)’이라는 속뜻이 실려 있다.


‘산포도’를 보자.

산포도(散布度) : 도수 분포의 모양을 조사할 때에 변량의 흩어져 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값

속뜻사전에는 ‘흩을 산(散) 펼 포(布) 정도 도(度)’ →흩어지고 퍼져 있는 정도‘라고 되어 있다. 아래 단어의 사전 실례를 보자.


부담(負擔)


질 부, 멜 담


등에 짊어지고(負)

어깨에 멤(擔)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짐


갈등(葛藤)


칡 갈, 등나무 등


칡(葛)덩굴과 등나무(藤)덩굴처럼 서로 뒤얽힘


견해, 주장, 이해 등이 뒤엉킨 반목, 불화, 대립, 충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저자는 “어휘력 확대야말로 학습의 최대 관건”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사전 출판사상 유례가 없는 이 사전의 가치가 크다”고 역설한다. 기존 국어사전의 한자어 풀이는 한자가 갖는 의미에 대한 암시적 기능과 한자 어휘의 합성어적 특성을 깊게 인식하지 못해 이해가 어렵지만, 이 사전은 속뜻을 통해 낱말 의미를 쉽게 이해시켜 주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혜성’이라는 쉬운 단어의 사전적 풀이는 여전히 어렵지만 ‘꼬리별 혜(慧) 별 성(星)’이라는 훈을 달아놓으니 얼마나 그 뜻이 쉬운가. 이 사전에는 이런 예가 무려 5만 8천여개에 달한다. 이해사고→기억, 이 과정을 통하여 향상된 어휘력은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기 때문에 모든 학과 공부가 쉬워지고 자신감이 붙을 것은 당연한 이치. 한자 지식이 절로 쌓이고 그렇게 불어난 한자지식이 학과공부에 밑거름이 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이 사전의 특장(特長)이다.


‘어려운’ 한자어가 ‘신통한’ 한자어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


우리말은 한자 합성어가 70%를 넘는다. 저자는 그중 5만 8천개의 단어를 선정, 10년에 걸쳐 속뜻을 정리하고 가나다順으로 배열하여 21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사전을 만들어냈다. 국어사전과 한자옥편을 대신하면서도 ‘+알파’의 학습기능을 모두 갖춘 이 사전은 한자를 연계해 ‘이해→ 사고→ 기억’이라는 3단계 학습에 안성맞춤이다. 이것을 토대로 저자는 ‘LBH'(Learning By Hint or Hanja)라는 교수학습법을 창안해 이미 특허까지 출원해 놓았다.


저자는 2006년 5월 ‘한자의 특질을 활용한 LBH 교수학습법’이라는 논문으로 이 사전의 우수성을 입증하였고, 일선 중고교학생과 선생님 등을 대상으로 수차에 걸친 조사를 통해 ‘현실적인 수요’를 확인하기도 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한자품 독서품 수련품 영어품 예술품 봉사품’ 등 ‘민족 6품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돈희교장은 추천사에서 “LBH 교수학습법을 활용한 이 사전이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전과목 성적의 향상은 물론이고 논술공부에 필요한 고품격 어휘력 향상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뒷이야기 : 저자는 사전 출간비용을 대기 위하여 1억원이 넘는 사재를 출연하고, ‘LBH 교육출판사’라는 자체 출판사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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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행복한 하루 - 포토명상, 길상사의 사계
이종승 글.사진 / 예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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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피(加被)을 받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포토 명상, 길상사의 사계’를 펴낸 이종승님은 바로 그런 재가불자중의 한 분입니다.
그는 1년 365일, 봄 여름 가을 겨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살았습니다.
아니, 몸으로 아닌 마음으로 절속에 푹 빠져 있었다는 말입니다.
스님도 아니면서 머릿속에, 마음속에, 걸으면서, 먹으면서, 자면서,
온통 부처님과 절 생각으로 가득 차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는 그랬던 것같습니다.
소신공양이란 말은 들어보았어도 ‘사진공양’(寫眞供養)은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그는 가진 게 없어, 그것밖에 할 게 없어 사진공양을 했다고 겸양을 하지만,
그가 가진 것은 너무나 크고 그가 이룬 것은 놀랍고 대단한 일입니다.

일여거사(一如居士), 그가 2년전 ‘웰빙휴가’ 관련사진을 길상사를 찾은 것은
불교에서 말한 ‘억겁의 인연’일 것입니다.
도심속 참선의 현장을 찍으러 왔나요? 아마도 그랬겠지요.
불도(佛道)에 문외한인 일여가 원(願)을 세우게 된 게 어찌 우연한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그의 바탕이 희여서(素)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논어(論語) 팔일(八佾)편에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비단을 마련하는 것보다 뒤에 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흰 바탕위에 무심지경에서 렌즈를 들이댔을 것입니다.
‘무공해 사진’ 300장. 연출한 사진은 한 장도 없답니다.
그는 부처님에게만 참공양을 한 게 아닙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인 어머니에게 공양사진 160여장을 보여줬다지요.
어머니는 “좋다. 참 좋다” 하시며 ‘열반’에 드셨겠지요.

‘이토록 행복한 하루’(예담 출간, 235페이지, 10000원)에 실린 100장의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조용하다못해 속삭이는 듯한 그의 글은 상큼한 감동을 줍니다.
하나님은, 부처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합니다.
사진을 잘 찍으면 글이나 못쓰던지, 글을 잘 쓰면 카메라는 젬병이든지 하면
좋을 텐데, 분명히 총애하는 중생이 있는 것같습니다.
내밀한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발효된 듯한 글맛을 느낍니다.
맛깔스럽습니다. 기분이 착 가라앉고 자아를 성찰하게 됩니다.

법정스님의 거친 손을 찍고, 노래자랑을 사양하며 어색하게 웃는 선지식의
자연스런 표정도 읽고, 화룡점정 점안식의 결연한 스님의 표정도 비켜가지 않습니다.
길상화보살님이 누구십니까?
시성 서정주님보다 우리말 사랑에 남달랐던 백석시인의 영원한 여인이 아닙니까?
보살님의 서원은 도심속에 이렇게 아람한 도량으로 남았습니다.

참 좋고 좋은 일입니다. 길상사에는 우리네 인생이 고스란히 있습니다.
길상사에는 스님들의 안타까운 구도와 일상의 웃음과 수녀들과의 정담이,
마당에 줄을 그어대며 빗질을 하는 여유가, 중생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듯
총총대는 다람쥐가, 참으로 정갈하게 놓인 흰 고무신과 검정고무신의 절묘한 조화가,
직박구리새가, 가람 지붕위에서 바라본 ‘연등 옷’이, 만삭의 배를 이끌고도 악착같이
3천배를 하는 새각시가, 연꽃과 원추리의 공존이, 웅숭깊은 찻물이, 동자승의 해맑은 웃음이,
어느 젊은 보살의 극락전 포행이, 그윽한 매화향기가,
선잠을 털어내는 죽비소리가,
합장하는 손이, 땀을 줄줄 흘리는 아줌마의 기도가, 도반이, 염불이, 염주가, 삭발이,
목탁이, 걸레질이, 돌절구속에 단풍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길상사에는 너무너무 많은 것이 있습니다.
아니 삼라만상이 다 있습니다.

그는 3천배를 하는 마음으로 새벽이면 새벽, 한 밤중이면 한 밤중,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며 길상사의 기쁨과 환희와 음영을 모두 엿보았다 합니다.
이게 그의 작품입니다. 삼백육십오일, 사계절, 그는 사진공양에 헌신했습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어느 거사의 ‘나무아미타불’ 선창만 따라 외며
절하다 보면 새벽공양 시간이 옵니다. 3천배입니다.
저는 실패하여 2천배에 그치고 말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고1 아들은 악착같이 따라해 큰 서원을 이뤘습니다.
사진기자인 저자도 3천배를 했답니다.
비록 마치지는 못했으나 그는 그렇게 원을 세웠답니다.
기특하고 지극한 마음가짐입니다.
일단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합니다.
그의 글과 사진이 바로 그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가 그 전보다 나아지셨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불행하고 긴장되고 늘 무엇에 쫓긴 듯 초조하십니까?
그렇다면 극락전의 반들반들한 놋쇠 문고리나
아니면 나뭇가지로 ‘만든’ 빗장을 보러 오십시오.
업무스트레스로 골치가 지끈지끈거리는 어느 오후,
일여거사는 “형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나누는 우애 참 좋아요”라는 헌사와 함께
막 출간돼 뜨근뜨근, 참한 책 한 권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겨우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주는,
그윽한 차 한 잔도 보시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일여거사님, 성불하십시오.
나무관세음보살.

우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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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휘젓고 박주영 쏜다 - 김화성 기자의 신나는 축구, 신들린 축구 읽기
김화성 지음 / 동아일보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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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빈둥빈둥 소파에 누워 331페이지나 되는 축구책을 읽었다. 축구책이라기 보다는 축구관련 칼럼 모음집이다. 한국축구의 ‘기린아’라 할 수 있는 박지성과 박주영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니, 축구가 어찌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 얘기만 있을 수 있겠는가. 어느 스포츠전문기자의 축구 전반에 관한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박지성 휘젓고 박주영 쏜다’(김화성 지음, 동아일보사 2006년 3월27일 펴냄, 12000원).

고백하자. 나는 운동엔 완전 젬병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운동과 담쌓고 산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공은 다 둥글지만, 나는 학창시절 내내 둥근 것만 보면 몸서리를 치는 ‘공(球) 공포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구기대회날만 되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고, 얼마나 학교 가기 싫었던지. 왜 그랬을까? 초등학교 코딱지만한 운동장, 테니스공만한 고무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죽어라고 뛰는 데도 내 발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너무 화가 나 운동장에서 떼굴떼굴 구르며 이제 다시는 공차지 않겠다고 울었다던가(꾀복쟁이들의 증언). 중딩 1년, 첫 체육시간 둥글게 모여 배구 토스연습을 하는데, 나만 했다면 공이 턱없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버리는게 아닌가. 체육선생님의 경멸스런 눈초리, 친구들의 비아냥대는 듯한 웃음. 오만 정이 떨어졌다. 다시는 체육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다행히도 단거리는 그냥 죽어라고 뛰어버리는 덕분에 13초, 12초7도 끊었으니 ‘굼벵이도 둥글 재주는 있’는 모양이었다.

‘공 공포증’은 대학, 사회에까지 이어졌다. 당구조차 배울 엄두를 못냈다. 그것도 둥근 공(球)이었으므로. 운동이라면 오직 결혼전까지 ‘어쩔 수 없이’ 습관적으로 하던 마스터베이션이 있었을 뿐이다. 이른바 5형제놀인인 손운동. 그러니 운동을 배울라치면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습성이 있다. 골프를 배우라는 주변 권유에도 콧방귀를 뀌지 않았던 것도, 자동차운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경멸이나 비웃음보다 칭찬이 인간교육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 줄을 알게 됐다. 알면서도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나의 전철을 밟게 한 것같아 아이들에게 오직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다 10년전 막역한 친구의 강권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종로2가 YMCAFH 배드민턴을 치러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셔틀콕을 맞추지도 못했다. 그때 친구가 몇 차례 팔을 비틀며 잡아끌지 않았다면 예전처럼 진즉에 포기했을 것이다. 라켓으로 공 하나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창피를 어떻게 무릅썼을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제 구력(球歷)이 제법 되니까, 그런 젬병도 공은 겨우 맞추며 그 재미에 틈만 나면 자랑이다. 배드민턴만한 운동은 없다고, 운동량이 농구보다 많다며, 부부가 같이 새벽에 라켓(검)을 들고 실내체육관으로 나가보라며(언제나 아내는 옆에 없어 죽을맛이지만), 입만 열면 배드민턴 얘기를 한다. 이 자리를 빌어 ‘운동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하여 나를 ‘배드민턴 팬’(솔직히 매니아는 아니다. 한번도 어느 일에 치열해보지 못한 나는 그저 어떤 학문이나 취미활동에도 ‘팬’수준이다)으로 만들어준 친구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축구관련 신간 소개를 하려다 무슨 뜬끔없는 객담인가. 각설하고, 이 책을 ‘억지로’(왜냐하면 축구상식이 나로선 전무하므로. 2002월드컵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흥분되고 응원도 하고 우승도 바랬지만 경기 규칙-예를 들면 업사이드-도 잘 모르니까 오로지 몇 대 몇에만 신경을 쓰고, 16강 8강 4강에 환장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축구가 통계이고 과학이고 철학인 줄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너무 재미있어 내처 한 자리에서 절반을 읽어제켰다. 글쓴이의 축구와 관련한 현학(衒學)과 박학다식에 놀라서가 아니다. 축구전략(포메이션)을 말하면서 정작 저자의 ‘글의 조합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지만, 언론인으로서 갈고 닦은 문장력때문인지 글마다 빛이 번쩍번쩍 나는 듯했다. 문장이 짧다. 눈이 미끄러워진다. 술술 읽히며 요점이 쏙쏙 들어온다. 아무리 인터넷시대라지만 정보수집력도 경이롭다. 박주영은 ‘미완의 대기(大器)’란다. 맨유의 ‘신형엔진’ 박지성도 아직 경험쌓기에 멀었단다. 한국축구의 미래는 밝단다. 마침 출판편집도 ‘빠꿈이’를 만났는지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깔끔하다. 고2 작은 아들이 표지를 보더니 아침에 슬그머니 학교에 가지고 갔다. 바로 그날 320페이지나 되는 책을 다 읽었다니, 무슨 책이 그리 재미있을까. 축구를 모르면 간첩인가? 그렇다면 나는 50년동안 ‘고정간첩’(고첩)인 셈이다. 그런 고첩이 한 구절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허리가 휘었지만, 축구에 대해 일가견이 생긴 것도 같다(여전히 벙벙하지만).

사람을 공부나 운동실력 가지고 한 마디로 단정짓기는 쉽지도 않고 위험요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 글의 필자는 단순 명쾌하다.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맞아, 맞아, 어쩌면 그렇게 적확하게 볼 수 있을까. 진짜 내공이 대단한 사람인가봐’.

그는 말한다. 축구는 꽃이란다. 30m 대포알 강슛이 터질 땐 하얀 목련꽃이고 박지성의 송곳같은 슛이 터질 땐 노랗게 다발로 피는 개나리꽃이며, 이영표의 헛다리짚기 드리블은 빨간 진달래 철쭉꽃이란다. 그런가하면 박주영, 이천수의 골문앞 프리킥 골은 투욱 툭 터지는 산수유꽃이며 김남일의 강력한 태클은 핏빛보다 붉은 동백꽃, 황선홍의 붕태 투혼은 눈물 속에 핀 꽃이란다. 세상에! 과문의 소치겠지만, 이제껏 어떤 스포츠칼럼에서 축구를 단적으로 ‘꽃’으로 비유한 적이 있었을까. 그만의 독보, 독창적인 표현이 아닐까. 나는 이런 구절만 봐도 감탄하고 감동을 먹고 흥분을 하는 버릇이 있다. 형편만 된다면 수십권이라도 마구마구 사서 아는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노놔주고 싶다.

한번 꼭 읽어봐! 내 웃기는 일기책만큼 재밌어. 아니, 너는 축구 좋아하니까 몇 배 더 재미있을 거야.

책 날개표지의 저자 약력을 보니 ‘한국은 축구다’(2002년 지식공작소간)와 ‘CEO 히딩크 게임의 지배’(2002년 바다출판사)라는 책을 펴낸 축구 스페셜 칼럼니스트인 모양이다. 그의 책을 다 읽고 일어서는데, 그의 표현대로 ‘발이 근질거린다’. 감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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