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녀 1 - 가을 노래
해윤 지음, MAS 그림 / 애니북스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 포함**


아름다운 그림체에 아름다운 마녀들의 사랑이야기.

이 만화 속 사랑은 그 어떤 마법보다 강력하다. 

단순히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마법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대상조차도 바꾸는 신기한 힘이다. 


"사랑한 것들은 모두 변모한다"


마지막 릴리의 말처럼 사랑을 한 필리파와 콜린은 변모했다.

인간을 사랑스럽게 여기던 박애주의 필리파는 무지한 인간들에게 콜린을 잃고 

인간을 무차별 살육하는 마왕이 되었다. 

따돌림을 받으며 인간의 잔인한 속성을 일찌감치 깨우친 콜린은 

필리파에게 감화되어 조금씩 인간을 믿게 된다.


필리파가 변해가는 모습은 꼭 사랑에 집착하게 된 과정 같았다.

지나치면 덜함만 못하다고 했던가, 

지쳐버린 필리파의 선택이 안타까웠다. 


영원을 살 수 있고 마법도 부리는, 그야말로 다 가진 마녀가 

왜 그렇게 사랑에 집착하는 것일까. 

너무도 긴 시간을 살다보니 그 무엇도 자극이 되지 못하고 시큰둥해진다.

아무런 자극 없는 삶은 안정적이지만 무료하다. 

하지만 무언가에 집착하고 환희를 느끼고 절망하는 '사랑'의 과정은 

확실하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영원을 살지만 '살아 있음'을 증거하고 싶은 아이러니. 

모든 마법을 부릴 수 있으면서 상대의 사랑만을 구하는 마녀의 사정도 아이러니하다. 

이 만화 속 안타까움은 모두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는지.


아름다운 그림체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쉽게 예측되지 않는 스토리.

오랜만에 재미있는 로맨스를 읽었다. 다음 권도 얼른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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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 완결 바닷마을 다이어리 9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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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끝 권이 나왔다. 

2011년 처음 알게 된 이후 이 만화는 늘 나의 최애였다.

누가 물어보면 늘 다섯손가락, 그중에서도 앞에 꼽곤 했다. 


이야기의 깊이와 밀도가 보통이 아니라서 읽고 나면 늘 감정이 충만해진다. 

이야기의 감동이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한 건지, 

출간 간격이 길어서 신간을 읽을 때쯤이면 앞 권이 가물가물해지곤 한다.

그래서 매번 다시 찾아보곤 한다. 


이번 9권도 일단 후다닥 읽고 나서 앞 권들을 다시 찾아 읽었다.

시간 탓도 있겠지만, 스즈의 얼굴 변화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첫 등장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장례식장에 앉아 있던 스즈가

눈빛을 빛내며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인다.

회색 같던 스즈가 푸른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아,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이 바닷가 도시 카마쿠라인 건

스즈에게 푸른빛을 입히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나지만 이제 망설임과 불안함 따윈 없다.

돌아갈 곳을 얻은 사람은 강해진다. 

그래서 '안녕'이 아니라 '다녀올게'이다.


이 만화의 빼어남을 논하면서 배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일본의 소도시 카마쿠라는 바닷가이면서도

과거 카마쿠라 시대의 수도였던 만큼 '옛 것'도 가득하다. 


오래된 물건에서 먼지를 털어내듯 인물들을 하나씩 조명하며 

그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엮어가는 작가의 내공을 발휘하기에 제격인 장소다.


요시다 아키미 작가는 주인공인 네 자매 외에도 나머지 인물들을 하나하나 

따뜻하게 훑는다. 그가 가진 아픔도, 기쁨도.

멀리 거리를 두고 제3자인 척 하지만 결국엔 

'사탕 같은 존재로도 충분하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다. 그것만은 감사할 일이다'라며 

지긋이 위로한다. 극중 후쿠다 씨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계절감도 이 만화의 중요한 요소였다.

아름다운 계절 배경은 단순히 그림을 채우는 것 이상의 존재다.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돌아오지만 모든 계절이 같지는 않다.

한 계절은 지난 사람은 성장한다. 

오늘 내가 어제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해서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같을 수는 없다.


그 계절을 함께 지나와줄 사람들, 버팀목이 있다고 믿는 순간 사람은 힘을 얻는다.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한다.


스즈와 사치는 묘하게 닮은 느낌이 들었는데 끝 권을 읽고 나니 알겠다.

스즈는 어쩌면 과거의 상처받은 사치의 재현이 아닐까.

그래서 사치는 스즈를 본 순간 스즈의 처지를 이해했고 '우리집에 오라'한 게 아닐까.

스즈의 성장과 함께 사치 역시 자신의 행복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카마쿠라에 가보고 싶어진다.

가서 스즈가 먹었을 잔멸치 토스트와 잔멸치 덮밥을 먹고, 

사치와 이노우에가 먹은 전갱이 튀김을 먹고 싶다. 

인물들이 걸었을 거리를 찾아가 그들이 된 기분으로 걸어보고 싶다. 


마치 모든 이야기가 실제이고, 인물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결말이 났다고 해도 떠오르고 가고 싶게 만든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다. 

좋은 이야기는 생명을 얻어 계속 이어진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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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만세! - 일본의 사계절 축제와 지역 먹거리
다카기 나오코 지음, 강소정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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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카기 나오코가 먹거리에 축제를 더한 신작을 냈다.
재미와 정보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그녀의 만화를 좋아한다. 사소해 보이면서도 너무 개인적인 소감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선을 지킨다. 책 분위기도 따뜻하고 귀여운 그림체를 꼭 닮았다. 조소, 비아냥 같은 부정적 기운 없이도 충분히 웃음을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만화를 떠올리면 늘 친근하고도 따뜻한 마음이 든다.

이 책에서는 일본 11개 지역의 축제를 계절별로 소개하고 있다. 축제 정보와 함께 먹거리도 함께 소개한다. 책에 소개된 축제 중에는 처음 알게 된 곳도 많다. 일본 여행을 갈 때 온전히 마쓰리 관람만을 목적으로 떠난 적은 별로 없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이 만화를 읽다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떠날 만한 재미와 가치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마쓰리가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어 와서 지역 특색과 역사는 물론, 그 지역의 삶. 음식문화, 무엇보다 지역 사람들의 활력을 만나기에 최고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유명 장소를 관광하고, 쇼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진짜 일본인의 삶과 문화를 맛보고 싶다면 마쓰리가 좋은 답일 것이다. 

가장 가보고 싶은 마쓰리는 지금이 겨울이라 그럴까, 역시 겨울 축제가 좋았다. 이와테의 가마쿠라(도쿄 인근의 그 가마쿠라가 아닌, 이글루와 같은 눈집을 말한다) 축제와 이눗코 축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가을에 볼 수 있다는 사계절벚꽃도 궁금하고, 봄에 화려하게 핀다는 히로사키의 벚꽃 축제, 야마구치의 금붕어 초롱 축제도 재미있어 보였다. 야마구치의 가와라 소바는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페이스북에서 금붕어 초롱 축제 페이지를 찾아 '좋아요'까지 눌러두었다. 

사계절 언제든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보러 갈 수 있다. 올해엔 책에서 소개된 축제 중 꼭 한 군데에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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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상자 2
김달 지음 / 애니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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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상자 2권이 나왔다. 

여전히 신비롭고, 독특하며, 약간은 잔인하면서 아리송한 이야기들이다. 

표지도 변함없이 존예롭다. 김달님 최고 bbb


김달의 만화는 처음 읽으면 (그림이) 일단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림체와 달리 읽는 게 만만치는 않다. 

독특한 설정들과 마력 넘치는 스토리텔링, 특유의 유머에 빠져 술술 읽히면서도

끝에 가면 개운치 못한 무언가가 남곤 한다.

음? 되게 쉬운 얘기일 줄 알았는데, 지금 무슨 얘기를 읽은 거지? 싶어지는...


그래서 한번 읽고 말 게 아니라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게 된다. 

다행히 글밥이 많거나 그림이 복잡하지 않아서 복습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이번 권도 몇 번을 내리 읽는데, 그러다 문득

마지막은 대개 한 가지 공통된 감정으로 끝난단 인상을 받았다.


바로 '외로움'.

이야기 속 인물들은 크게 성공하기도 하고, 괴로움이 몸부림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주인공들 역시 사람이기도 하지만, 용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며, 아이기도 하고, 어른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마지막에 토로하는 아우라는 대개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운 밤을 홀로 밝히는 달이라는 예명처럼 

김달 작가는 정작 본인은 무척 외로운 게 아닐까 싶어졌다. 

2권에 실린 <보이는 나라> 에피소드는 어쩜 본인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1권에 비해 좋았던 건(?) 미공개 단편이 실렸다는 점이다. 

분량도 꽤 돼서, 본문보다 더 두꺼운 부록이다.


일하는 걸 좋아하고 돌봄 노동에 서툰 엄마가 주인공이었다. 

엄마라는 이데올로기에 핍박받으며 

엄마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한 여자들이 받는 편견과 죄책감.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들에 희생되어 나무에 묻혀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무척 현실적인 주제임에도 대놓고 자극하지 않는 세련된 스토리텔링. 

역시 김달이다 싶었다. 

앞으로 어디까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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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아이돌 입덕해서 팬클럽까지 가입했는데. 팬싸의 행운이 과연 올 것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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