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 완결 바닷마을 다이어리 9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끝 권이 나왔다. 

2011년 처음 알게 된 이후 이 만화는 늘 나의 최애였다.

누가 물어보면 늘 다섯손가락, 그중에서도 앞에 꼽곤 했다. 


이야기의 깊이와 밀도가 보통이 아니라서 읽고 나면 늘 감정이 충만해진다. 

이야기의 감동이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한 건지, 

출간 간격이 길어서 신간을 읽을 때쯤이면 앞 권이 가물가물해지곤 한다.

그래서 매번 다시 찾아보곤 한다. 


이번 9권도 일단 후다닥 읽고 나서 앞 권들을 다시 찾아 읽었다.

시간 탓도 있겠지만, 스즈의 얼굴 변화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첫 등장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장례식장에 앉아 있던 스즈가

눈빛을 빛내며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인다.

회색 같던 스즈가 푸른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아,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이 바닷가 도시 카마쿠라인 건

스즈에게 푸른빛을 입히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나지만 이제 망설임과 불안함 따윈 없다.

돌아갈 곳을 얻은 사람은 강해진다. 

그래서 '안녕'이 아니라 '다녀올게'이다.


이 만화의 빼어남을 논하면서 배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일본의 소도시 카마쿠라는 바닷가이면서도

과거 카마쿠라 시대의 수도였던 만큼 '옛 것'도 가득하다. 


오래된 물건에서 먼지를 털어내듯 인물들을 하나씩 조명하며 

그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엮어가는 작가의 내공을 발휘하기에 제격인 장소다.


요시다 아키미 작가는 주인공인 네 자매 외에도 나머지 인물들을 하나하나 

따뜻하게 훑는다. 그가 가진 아픔도, 기쁨도.

멀리 거리를 두고 제3자인 척 하지만 결국엔 

'사탕 같은 존재로도 충분하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다. 그것만은 감사할 일이다'라며 

지긋이 위로한다. 극중 후쿠다 씨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계절감도 이 만화의 중요한 요소였다.

아름다운 계절 배경은 단순히 그림을 채우는 것 이상의 존재다.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돌아오지만 모든 계절이 같지는 않다.

한 계절은 지난 사람은 성장한다. 

오늘 내가 어제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해서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같을 수는 없다.


그 계절을 함께 지나와줄 사람들, 버팀목이 있다고 믿는 순간 사람은 힘을 얻는다.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한다.


스즈와 사치는 묘하게 닮은 느낌이 들었는데 끝 권을 읽고 나니 알겠다.

스즈는 어쩌면 과거의 상처받은 사치의 재현이 아닐까.

그래서 사치는 스즈를 본 순간 스즈의 처지를 이해했고 '우리집에 오라'한 게 아닐까.

스즈의 성장과 함께 사치 역시 자신의 행복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카마쿠라에 가보고 싶어진다.

가서 스즈가 먹었을 잔멸치 토스트와 잔멸치 덮밥을 먹고, 

사치와 이노우에가 먹은 전갱이 튀김을 먹고 싶다. 

인물들이 걸었을 거리를 찾아가 그들이 된 기분으로 걸어보고 싶다. 


마치 모든 이야기가 실제이고, 인물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결말이 났다고 해도 떠오르고 가고 싶게 만든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다. 

좋은 이야기는 생명을 얻어 계속 이어진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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