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지지 않고 ㅣ 인생그림책 49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고정순 그림, 권정생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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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거친 나무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유독 선명하게 빛나는 노란 새 한마리가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비에 지지 않고>는 제목부터가 쉽게 흔들리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가만히 다독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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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에 고정순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시고 권정생 선생님의 번역이 더해져 만들어졌어요.

미야자와 겐지가 남긴 삶의 철학은 권정생 선생님의 소박하고도 깊은 문체를 통해 우리에게 고스란히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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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식어는 없습니다.

그저 비에 지지 않고 바람이 지지 않으며 동서남북의 아픈 이들을 찾아가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묵묵한 발걸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림 역시 덤덤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을 품고 있어 시의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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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작은 바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남들의 시선에 연연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주변을 살피는 '바보'라 불려도 좋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줍니다.

나 역시 내 앞의 거센 비바람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의 이 구절 앞에서 나는 오래도록 시선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가만이 생각해 보았어요. 끊임엇이 잰걸음으로 뛰어가지 않으면 뒤처질 것만 같은 현대 사회에서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매 순간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하고 내 몫을 악착같이 챙겨야 인정받는 세상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자기 계산에 넣지 않는 삶이란 어쩌면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이거나 미련한 바보의 선택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인이 말한 현미 네 홉은 단순히 굶주림을 참는 고행이 아니라, 내 삶을 채우는 과한 욕심을 덜어내겠다는 선언일 것입니다. 또한 자기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향해 대가 없는 순수한 다정함을 내어주겠다는 다짐에 가깝습니다.

 

시인은 시의 마지막에 "그렇게 나는 되고 싶다." 라고 나직하게 고백합니다. 시인조차도 그렇게 완벽하게 살기 어려웠기에 간절한 바람을 담아 적어 내려간 문장일 것입니다.

비록 당장 내일부터 완벽하게 무소유의 삶을 살거나 절대 화내지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안의 작은 비바람에 흔들릴 때 가만히 조용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시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아주 작은 다정함과 소박함을 실천하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나 역시 완벽하진 않더라도 매일 조금씩 비에 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다져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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