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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과 학습계획 제출이라는 개강 절차가 끝난 뒤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이 느꼈던 경이와 놀라움이 자신 안에 여전히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자신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낯선 사람을 보듯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 낯선 사람은 마지못해 한자리에 모인 학생들을 상대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읽는 소리가 들렸을 뿐, 그가 느꼈던 흥분과 설렘은 거기에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다. - P38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 P52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않았다. 그가 애정을 담아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몸을 만지면, 그녀는 그를 외면하고내면으로 숨어 들어가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전보다 한층 더 힘들게 새로운 한계까지 자신을 혹사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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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훨씬 더 나이를 먹은 뒤에 그는 학부의 마지막 두 해를 되돌아보며 마치 다른 사람의 기억을 돌아보듯 까마득한 기분이들었다.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22

그는 검은 가운과 학사모를 들고 캠퍼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무겁고 성가신 짐이었지만, 가운과 학사모를 놓아둘 곳이 없었다. 그는 부모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결정을 이미 돌이킬 수 없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결정을 무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경솔하게 선택한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도들고, 자신이 버린 세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부모가 잃어버린것을 슬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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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스트레스 요인은 무력감, 즉 온갖 일이 일어나는데 아무 대처도 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생각만큼 무력하지 않다. 탐험쓰기는 자율성(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느낌)을 다시 손에 넣을 공간을 열어준다. 내 이야기를 하는 능력을 되찾으면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다. - P152

사실 다양한 반응과 내러티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만 해도 웰빙에 큰 도움이 된다. 제일 처음 떠오르는 생각의 독재에서 해방되고,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라도) 언제나 다른 선택지가 있으며 생각만큼 내가 무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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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뒤죽박죽인 내면의 목소리들을 모아놓고 나만의 마을회의를 열 때, 나는 먼저 가장 시끄러운 목소리에 마이크를 내준다. 대개 ‘두려움‘의 목소리가 가장 큰데, 두려움은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일단 두려움이 하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다른 데 집중하려고 애써 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대개 ‘일단 첫 마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로는 지레 기운이빠질 때까지 하소연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고 나면 두려움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감정인지 깨닫게 된다. - P100

《침프 패러독스》를 쓴 스티브 피터스 교수는 영국 올림픽 경정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규칙을 하나 정해두었다. 경정팀 선수들은 그를 찾아와서 불평을 늘어놓을 수있지만, 일단 시작하면 15분간 쉬지 않고해야 한다는 규칙이었다. 그걸 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외로 침프를 자유롭게 놓아주면 부정적 성향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지레겁을 먹고 침프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 그 결과 침프는 계속 으르렁대고 우리는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하루를 보낸다. - P135

감정이 욕구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감정을 받아들이고, 감정이 우리에게 말해주려는 것을 듣고, 감정을 의식하며 행동할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면 감정은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귀중한 자료가 되어준다. 감정은 특정시점에서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주는 길잡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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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쓰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느낌을 되새길 공간을 만들어준다.

행복심리학을 연구하는 메건 헤이즈는 이를 두고 ‘자기저술self—authoring‘이라했다. "내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은 무척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그런 느낌을 가상으로 경험하도록 해줍니다. 어떤 일을 해내는 과정을 종이 위에 적다 보면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되거든요." - P72

글쓰기는 집중의 닻을 내려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맴돈다. 그러나 사람은 한 번에 하나의 생각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때조차도 생각을 어느 정도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붙들고 있기가 쉽지 않다. 간혹 영감이 찾아와도 (메신저 알림을 비롯한) 무언가가 훼방을 놓아 눈 깜짝할 사이에 생각이 증발되고 만다. 그러나 종이 위에 생각을 쏟아놓으면 생각의 줄기를 풀고, 실마리를 붙들고, 필요할 때면 다시 되감아 가며 요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은 제자리를 맴도는 반면, 글쓰기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 P77

예를 들어보자. 다음 주에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치자.
‘그 일에 대해서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라고 자문하면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답은 ‘긴장돼 죽겠어! 최악이야! 어떻게 거절하지?‘일 것이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피고 의식적으로 자문해 보면 내 머릿속에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안을 받게 되어 들뜨기도 하고, 발표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호기심이 고개를 들 수도 있으며, 마음 한쪽에서는 벌써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할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심리학에서 이름 붙인 대로 ‘자아의사회‘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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