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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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1984> 조지 오웰/ 열림원


현실은 개개인의 정신 속에 있는 게 아니야.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고 예외 없이 머잖아 죽어 없어질 개개인의 정신 속에 현실이 있는 게 아니라, 집합적이며 불멸인 당의 정신 속에만 있는 거야. 당이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진실이야. 당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면 현실을 보기란 불가능해. 그것이 네가 다시 배워야 하는 사실이야. 윈스턴.

348-349쪽


몇 년 전 조지 오웰의 <1984> 읽기를 도전했다가 중단했던 적이 있었다.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없던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때 펼쳤던 책이 꽤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다가 열림원에서 조지 오웰의 <1984>를 펴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기회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평단 신청을 했다.


책을 받고 책을 펼치기 전에 표지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마름모꼴 안에 새겨진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얼굴이 들어찬 것은 책이었다. 책 속의 남자라,, 그는 누구일까? 그다음으로 보이는 건 눈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건물과 꼭대기의 태양.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표상들을 궁금해하며 첫 장을 열었다.


어려운 책을 어떻게든 읽어보리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 한 번 포기한 전력도 있으니 이번에는 기를 쓰고 읽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고전이 이렇게 쉽게 읽힌다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흐름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었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신기했다.


한 남자가 등장한다. 윈스턴 스미스. 그는 퇴근 후 자택 창가에 서 있다.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표정을 감춘 채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 풍경 속에 담긴 문구를 읽는다. "빅 브라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한 쪽 구석에 가서 노트를 꺼내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몰래. 사실 이 노트도 어느 골동품에서 몰래 사 온 것이었다. 윈스턴은 무엇을 쓸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어느새 손에 경련이 일 때까지 무언가를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쏟아낸 이 남자의 내면에 억눌렸던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계속 책을 읽었다.


윈스턴이 사는 1984년의 런던은 영사의 런던이다. 영사, 즉 영국 사회주의는 유럽 전역이 사회주의로 통합된 체제인 오세아니아의 일부이다. 세계는 3개의 초거대국가로 재편되었고 계속해서 전쟁 중인 상황에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윈스턴은 영사의 당원으로, 진실부 산하 기록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주 업무는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는 일. 그는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사회의 모순을 공포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진실을 남겨야 한다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골동품 가게까지 찾아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이다. 2부는 윈스턴과 줄리아가 삼엄한 당의 감시를 피해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3부에서는 몰래 만나던 두 사람이 체포된 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분명 조지 오웰은 20세기 초의 사회주의의 물결을 비판하는 내용의 소설을 썼는데 21세기 속 독자인 나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을 느끼며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어쩌면 문제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어떤 사회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권력을 잡는 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이 아닐까? 그들이 자신의 권력욕과 이득을 위해 타인을 가난과 무지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을 읽으면 언제나 생각이 깊어진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조지 오웰의 <1984>는 더울 그러했다. 이 깊은 내용을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이 좋은 고전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에 이 책을 통해 열림원에서 출판한 세계문학 시리즈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리고 열림원의 다른 고전도 궁금해졌다. 만약 고전을 읽고 싶지만 어려워서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열림원 고전의 책을 선택하는 것도 고전 읽기의 한 방법일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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