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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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다산북스



1. 철저한 현재성

언론에서 법망을 피해 호위호식하는 이들을 접하게 될 때면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뜨끈한 부유물들이 욕지기가 되어 나온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어디에서부터 어긋났는가?' 생각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까마득한 역사 속 어느 지점을 헤메이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것은 한 방향으로 흐르기만 하는 것이기에 나의 상상은 아쉬운 한숨과 함께 꺼져버리고 만다.

소설 [집행관들]은 "당신은 대한민국이 공정하다는 거대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는 문구(뒷표지)를 통해 현재의 부조리한 실태를 다루고 있음을 표현한다. 소설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사건들에 대해 현재의 시점(타임머신 작동이 가능한 픽션의 기능은 외면하고)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검찰, 사법부, 정치권, 언론을 망라하고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무법의 공조 카르텔을 기반으로 한 빌런들, 그 반대편에 위치한 인물들, 그리고 그 중간자들 모두 현재에 충실하다.



2. 집행관의 부재

아무리 명문화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을 감내하는 것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일 뿐, 그것을 어긴 사람들은 교묘하게 어떠한 책임도 지지않고 처벌도 피해간다. 대중들은 그러한 불행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한번쯤은 생각하고 한번쯤은 입밖에 내었을 것이다. '저런 놈들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언젠가는 죗값을 치르면 좋겠다'고, '길 가다가 비명횡사라도 당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런 바램들로 인해서 여러 예술 작품에서 빌런을 해치우는 영웅들은 계속해서 탄생한다. 영웅들은 법과 제도에서 벗어나 활개치는 악당들(우주괴물, 초능력자, 괴상한 과학자, 사이코패쓰, 거물들)을 해치운다. 때때로 무법지대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기준을 세우기도 한다. 영웅이 등장하면 사회의 악당들은 사라지고 혼란스러웠던 사회도 안정을 찾는다. 집행관의 역할이 법과 제도를 공정하게 집행하는 데 있다고 했을 때, 영웅들은 바로 집행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 [집행관들]을 통해 불공정한 사회에 새로운 집행관들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대중들은 빌런을 해치우는 사건이 펼쳐지자 영웅이 등장한 것처럼 환호한다. 적어도 책에는 그렇게 그려진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진정한 영웅인가?


3. 그들은 영웅인가

요즘 방영되는 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빈센조'가 떠오른다.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 이처럼 우리는 더 이상 법적인 테두리에 기대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합법적인 수단에 한계를 느낀단 이야기이다. 드라마 '빈센조'에서는 마피아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합법적인 것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같은 선상에서 소설 [집행관들]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다만, 드라마에 비해 조금 더 진지하고 조금 더 현실적이다. 빈센조 까사노가 영웅을 표방하지 않는 것처럼, 소설 속 정책관들은 스스로를 영웅이라 생각지 않는다. 대중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 모두가 사회의 공정성 실현에 목적을 두지는 않는다. 그들은 피해를 입은 개개인이며, 그 주변인들이다. 그들은 분노를 가슴에 담고 있는 이들이며, 어떤 방법으로든 그 분노를 표출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당신은 그들의 분노에 공감하는가? 이해하는가? 그 수단에 동조하는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분노에 잠시라도 공감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집행관이 될 수 있다.



4. 선택들

소설 속에서 집행관들은 수많은 선택들의 상황에 놓여진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 것인지, 어떤 인물을 고를 것인지, 어떻게 조사하고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어떤 사람을 영입할 것인지, 성공과 실패의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되는지, 매 순간순간마다 선택의 상황이 주어진다. 이런 선택들 그리고 그 선택으로 빚어지게 될 상황들에 몰입하다보면 소설은 순식간에 결말에 다다른다.
194809
196011
39, 350, 2
7, 124, 1
45, 2, 1
14, 1
24, 252, 2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에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이 집행관이 된다면,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방법을 선택을 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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