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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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언어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또 다른 조합을 이루며 시가 되는 과정은 시에 대해 너무도 무지한 나에게는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우리 삶에서의 시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 자신의 지난 삶 속에 묻어있는 일상 곳곳의 단어들은 시인 지신의 손을 통해서 시 한구절 한구절로 다시 살아난다. 그 한구절 속에는 저자의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시라는 것이 그저 시집 속의 한 편의 시로 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혼자만의 일기 일 때도 있고, 때로는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일 수 있다. 책을 통해 시라는 것이 그리 멀리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16p
저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아픔이 있을 겁니다. 아픔이 진행되는 시간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혹은 그 시간 동안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이 결국 나의 몫이기에 어떤 아픔은 최대한 꽁꽁 숨겨둡니다. 그렇지만 결국 혼자의 것이 될 수 없더군요.
시집을 내고 담백한 서정이라는 과분한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조금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이유는 전혀 담백하지 않았던 시간에 쓴 시들이기 때문인데요. 이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깊고 복잡한 결들이 오랜 시간, 조금씩 응축되어 담백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3p
영원한 역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바다 앞에 앉으면 드는 생각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방금 물든 것처럼 보이지요. 또렷한 것은 죽지 않는 생을 사는 듯 보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자주 바다를 찾는 이유입니다. 늘 그 역할을 해내는 바다이기에.

77p
뒤를 알 수 없는 동화를 읽는다면 어떨까요. 어릴 때라면 마지막 장면이 궁금해 잠을 설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된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뒤를 상상해볼 겁니다. 살아가며 반복되는 아픈 결말에 지친 우리라면 어쩌면 결말을 모르는 편이 더 좋을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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