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
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 김영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나다’ 하면 벤쿠버와 토론토 등 주요 도시와 퀘벡 같은 관광지, 그리고 자연 환경이 깨끗한 청정국가, 복지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책 속의 캐나다 오일샌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 케이트 비턴은 캐나다 동부 연안에 위치한 노바스코샤주의 케이프브레턴 이라는 섬 출신이다. 케이프브레턴은 한때 생선, 석탄, 강철을 수출하는 지역이었으나 석탄과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그 곳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그에 반해 서부의 앨버타 오일샌드 캠프는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로 붐비고 각종 유흥업소가 즐비했다.

저자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고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생활동안 발생한 학자금 대출을 갑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 했지만 그녀가 사는 곳에서 문과생이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앨버타 북부의 오일샌드였다. 이 책의 내용은 그녀가 앨버타의 오일샌드 채굴 현장에서 겪었던 2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일자리를 얻은
대형 석유 회사 소유의 캠프 공구실은 임금 수준이 높지만 그만큼 차별과 외로움, 환경 파괴로 인한 건강 악화 등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근무시간을 더 늘리며 더 고립된 작업장으로 옮겨가며 일을 해나간다.


오로라라는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 현상을 함께하는 환경이지만 현실은 겨울에는 햇빛이 거의 없었고 기온이 영하 40°C 이하로 내려가는 혹독한 환경이었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기침과 가래가 끊이지 않았고, 피부에는 두드러기가 생겼다. 주위 환경도 석유 채굴을 위한 거대한 기계 설비와 그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고된 사람들로 가득한 작업 현장일 뿐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50 대 1로 남성의 수적 우세가 높은 환경 역시도 여성 근로자로서 너무도 가혹한 여건이었다. 주위 남성들로부터 성희롱과 편견 섞인 험담이 다반사였다. 실수인척 숙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곳이 다소 극단적인 비율이긴 하지만 남성 위주의 여느 사회 공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오일샌드를 단순히 나쁜 곳이라고만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곳의 사람들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는 저자가 살던 곳 의 이름을 가진 그녀와 같은 억양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그녀는 그들이 자신의 아버지, 삼촌, 오빠일 수도 있음을 느낀다. 그들도 가족에게 돌아가게 되면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것이다. 오일샌드라는 특수하고 고립된 환경이 그들 역시 고립 시키고 외롭게 만들었다. 그들 중 일부는 마약이나 술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저자는 오일샌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취재중인 기자에게 그녀가 겪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토론토의 쾌적한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여성 기자보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 타지에서 모여든 동료들을 더 가깝게 느꼈던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신을 괴롭히던 주변 사람들의 잘못 보다는, 근로자의 정신적인 안정과 근무 환경의 안전 등을 경시하고 회사의 이윤만을 우선하는 오일샌드 기업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더 강하게 묻어나있다.
뿐만 아니라 포트 매케이의 원주민 사람들이 오랜기간 광산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로 심각한 질환에 시달려왔고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물론 테일링 연못에서 폐사된 오리 떼에게서 알 수 있는 그 곳의 유독한 환경에 대해서도 고발의 성격이 담겨있다.


20여년이 지나 저자는 이제 마흔을 넘겼고 베스트셀러 만화가로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럼에도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고백하며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노동환경, 남녀차별, 환경오염 등의 문제는 캐나다 보다는 우리나라가 마주한 사회 문제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