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
데이비드 무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아몬드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의 수정란에서 똑같이 둘로 쪼개져서 태어나는 일란성 쌍둥이 마저도 완전히 똑같지 않다. 비교적 젊은 일란성 쌍둥이들은 후성유전자에서 극히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쌍둥이들이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을수록 후성유전자의 패턴도 서로 달라진다. 쌍둥이의 사례를 보면 경험이 유전자가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난 이후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서로 다른 경험이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몸의 형태나 얼굴 구조 등 신체적 외양에서 나타나는 차이도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식물과 동물의 후성유전적 표지가 물리적 구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광범위한 여러 경험들이 포유류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 경험에는 섭식을 포함해 환경 화학물질, 약물 남용, 운동, 특정 양육 행동 등이 있다.

127p
포유동물은 매일 자신의 후성유전적 상태를 조절함으로써 유전자 발현 리듬을 자연 세계의 리듬에 맞출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자기 신체 활동이 행동, 생리, 유전적 발현의 관점에서 조화를 유지하게 한다. 후성유전 메커니즘이 이렇게 사용된다는 발견은, 우리의 후성유전적 상태들이 거의 항상 유동적이며 자극에 반응하여 신속한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저로 뉴런에 들어가는 입력(다른 뉴런들에서 온 입력이든 환경에서 직접 들어온 입력이든 상관없이)은 뉴런 속 DNA의 후성유전적 상태를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결국 뉴런이 기능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다.

성장기에 가정에서 겪는 방임과 학대 등 끔찍한 경험들은 심리적 상처를 남기고 성인이 되어 잘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 경우에 따라 회복 탄력성의 차이로 나쁜 부모 밑에서도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험 요인에 노출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기를 잘 살아기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생애 초기의 경험이 특정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경험은 어떻게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책의 실험에는 어미 쥐들이 갓 태어난 새끼 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결과의 차이를 보여준다. 모든 어미 쥐는 양육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새끼를 핥아주고 털을 다듬어준다. 어미와 새끼가 접촉하고 있는 시간이 똑같더라도 어미 쥐에 따라서 새끼를 핥아주고 털을 다듬어주는 시간들이 달랐다. 일부 더 오랜 시간 새끼를 핥아주는 어미로부터 자란 쥐들이 스트레스로부터 더 잘 견뎌냈다. 연구를 통해 어미가 핥아주고 털을 다듬어주는 행동이 스틀레스 반응 뿐만아니라 주의력과 공간학습 등 인지능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20세기의 과학은 현재의 나를 완성시킨 것은 유전자와 경험, 이 두가지 요인으로 답해왔다. 이 책은 후성유전학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환경들이 유전자에 새겨질뿐만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경험이 후대에까지 대물림될 수 있다고 말한다. 태어난 이 후의 환경과 맥락에 따라 유전체가 달라지고 경험이 유전자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는 점은 참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린시절 끔찍한 경험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더라도 그 이후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여러 사회 활동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