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은 너무 덥다. 해가 가면 갈수록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은 어떻게 살아왔던걸까. 그 땐 이 정도로 덥진 않았던걸까. 20년 정도 전 만 하더라도 가정에 에어컨이 많이 없었다. 어릴적 에어컨이 별로 없던 그 시절에도 날씨는 더웠지만 선풍기 만으로 그럭저럭 버티며 지냈던 것 같다. 그 땐 학교나 은행에나 가야 빵빵하게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을 느껴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에어컨이 가정의 필수 가전이 되었다. 한 여름에 집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이라도 나면 난리가 난다. 여름엔 수리기사 부르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지금 현재 우리는 에어컨 없이는 여름을 날 수 없게 되었다. 에어컨이 있어야만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다.인류 최초의 냉방 시스템은 쾌적함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닌 자본주의의 지속을 위해 설계되었다. 세계 최초의 냉각 시스템 설치의 행운은 뉴욕증권거래소 현장의 거래원들이었다. 에어컨은 공기를 제어할 때 그 안의 프로세스와 사람들도 제어했다. 실내 온도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더 오랜 시간 일하게 되었다. 쾌적한 실내 환경은 노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소유주는 노동자들이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생산력이 떨어진다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일을 줄이거나, 작업 공간의 기후를 바꾸는 것이다. 에어컨의 개발로 후자의 안이 선택되었다. 에어컨의 효과는 놀라웠다.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노동이 가능해졌다. 세상은 그렇게 에어컨의 쾌적함과 안락함에 점점 빠져들었다. 에어컨은 사람들에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그 안락함 자체를 위해 필요한 상품이 되었다.한 비영리 환경단체가 200여명의 전문가를 통해 모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100가지 중 1위는 냉매 관리였다. 우리가 안락함을 위해 성층권으로 쏘아올린 냉매들은 역으로 우리의 안락함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누려온 편안함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은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지구온난화로인한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여름철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있다. 지구온난화 관련 사망자의 비율 중 온실가스 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중·저소득 국가의 국민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사람, 여성, 흑인과 유색인, 원주민 등에게 더 강하게 작용하고있다.전 세계의 재난 참사는 실제로 공통적으로 동일하게 벌어지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에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부유한 사람들은 나머지 다른 가난한 이들의 장기적 안락과 인류 그리고 지구상의 여러 생명을 희생시키며 단기적 편안함을 추구해왔다. 그렇다고 당장 에어컨이나 냉장고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지 않는다. 거주민에게 수동적 또는 저에너지 냉방을 제공할 수 있는 에어컨이 설치된 공공장소 및 주택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개인 냉방이 아닌 공공 냉방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개인의 편안함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을 바꿈으로써 그 책임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지 않고 공동의 차원에서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이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을 담보로 하고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동안 조금 덥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리모컨 버튼을 눌러왔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