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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전미경 지음 / 카시오페아 / 2025년 7월
평점 :
생존모드에 빠져있는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 책은 펼쳐들면 쉽게 읽다. 분명 책을 읽어 내려가는 중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상담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한자리에 앉아 다 읽어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숨 가쁘게 빠져들어 읽다 보면 잠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의 단어를 만나고 멈출 수밖에 없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 지금 나도 생존모드에 빠져 있을까? "
1.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간다고 느낀다.
2. 자신만의 시간이나 취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3. '언제 이 상황이 끝날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
7. 자신이 좋은 엄마인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위 저자가 묻는 7개의 질문은 "생존 모드"에 빠져 있는 지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징후들이다.
입시를 코 앞에 둔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도, 전쟁터에 나간 군인도 아닌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에게 생존모드 체크리스트라니... 생존이라는 강력한 단어를 공기처럼 물처럼 늘 존재하여 야하는, 상대적으로 겉보기에는 그리 치열해 보이지 않는 엄마들에게 적용하여 표현한 저자의 날카로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25년간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본인 또한 엄마로서 살아냄으로서 실제로 본인 또한 겪었던 어려움과 생각들을 이 책에 담았다.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치료의 과정을 거치며 솔루션을 제시한 본인이지만, 정작 본인도 엄마로서 빠질 수 있었던 생각의 함정들을 "그럴 수 있어요~이럴 때는~" 라는 어조로 담담히 일러준다. 더불어 실제 진료실에서 상담받는 것처럼 시작부터 사이사이 나의 상태를 묻는 테스트 문항과 단계별 솔루션들이 있다.
엄마들이 아이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을 방치하고 나의 선택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 언제~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 봤는 지... "
하루 단 30분, 아니면 더 잠깐이라도 결국 엄마인 나의 세계도 지킬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엄마의 자존감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것임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해 주는 관계가 아닌 아이와 함께 존재하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소중히 하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매일 반복되지만 내가 해야하는 눈 앞의 집안 일들 때문에 점점 무기력해지는 엄마들에게...
일과 육아 두 가지 다 잘해내고 싶어 1분 1초도 타의에 의해서만 종종거리며 쓰는 엄마들에게...
그럼에도 완벽하지 않아도 잠시라도 나만의 세계를, 나를 위한 선택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참 좋다. 높은 성취들이 아름다움이 되고 복이 되는 요즘 시대에 "불완전한 자신과 화해하는 용기"를 키워 가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그 자체로 빛이라고 하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책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나로서의 돌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나로서 살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한, 생존 모드에 놓인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 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