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토의 목숨을 없앤 것은 죄일 수 있겠지만, 이토의작용을 없앤 것은 죄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재판에서 이토를 죽인 까닭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복이고, 이토가 살아 있을때 이토에게 말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불운입니다. 신부님.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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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대의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목숨을 살려주었던 사람을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대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영정 속의 아버지가 꿈틀꿈틀 삼차원의 입체감을 갖는 듯했다. 살아서의 아버지는 뜨문뜨문 클럽의 명멸하는 조명 속에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빠. 그 뚜렷한 존재를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불렀다. 아버지의 영정을 응시하던 그가,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흰자위가붉었다. 나의 눈도 그러할 터였다. 작은 상욱이, 김상욱씨가 가만히 눈물을 훔쳤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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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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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유가 있듯 그들에게도 이유가 있다. 타인과 교신할 수 없는내용이라는 게 비극일 뿐이지. 사람들은 스스로 그걸 ‘영화‘ 라고 칭했다. 병동은 각자의 영화가 동시 상영되는 극장이었다. 그러니 시끄러울 밖에.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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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는 묻고 싶었다. 사는 게 뭐가 그리 힘이 드는지. 승우가 알기론 어떻게 어떻게 하면 사는 게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는 게 힘이 든 사람이었다. 너무 힘이 드니까 힘들지 않고 싶어 자꾸만 방법을 생각해내는 거라고. 삶을 견디는 방법. 삶을 이어가는 방법. -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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