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다채로운 맛과 향으로 구성된 서랍장이라면 성곤은 계속해서 한가지 서랍만 열고 있었다. 분노, 짜증, 울분, 격분, 우울, 좌절이 가득 담긴 서랍, 어느새 그는 다른서랍을 여는 방법을 망각했다. 참다운 기쁨, 단어 안에 담아놓기 힘들 정도로 충만한 감정이 담긴 서랍은 꾹 닫혀있었고 이제는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김성곤 안드레아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흐드러진 봄꽃이 길을 따라 피어있었다. 언제 꽃이 폈는지도 몰랐는데 계절은 이미 봄의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느끼지 못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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