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곤이 받아쳤다. 사업이 연달아 실패하고 나자 성곤은남의 감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는 좌절감을 짜증으로 표현했고 그가 짓는 표정은 단 세가지, 화를 내거나, 화를 참거나, 화를 참으며 억지로 미소 짓는 표정으로 압축됐다. 나쁜 감정의 폭발은 유독 집에서 도드라졌다. 

은 값비싼 무언가라도 잃는 것처럼 입에 좋은 말을 담는걸 아까워하듯 피했다. 차라리 이런 종류의 표현이 더 익숙했다.
- 질리게 못나서 미안하다 됐냐.
그뒤로 좋은 말이 오갈 리 없다는 걸 뻔히 짐작하면서도 성곤은 일단 뱉고 봤다. 물론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말조차 진심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런 영혼 없는 말이 자신과 타인의 영혼에 해를 입히리라는 것을 전부 알면서도성곤은 입에서 거침없이 뿜어져나오는 말을 참아내지못했다. 좋은 건 쉬워도 하기 싫고 나쁜 건 결과가 뻔히보여도 일단 저지르게 되는 게 삶의 불가사의였다.
란희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성곤의 존재 자체가자신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별거 상태에 돌입했다.
성곤은 마음이 아팠다.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팠다. 그리고 꼭 지켜야 하는 것이 무너져 붕괴하는순간에도 그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 그냥사납게 집을 박차고 나오는 걸 택한 것이다. 어리숙하고미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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