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자기보다 더 가난하게 자란 엄마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는 하숙집 사람들에게식사를 준비해주고 난 후, 세 식구가 나지막한 상 앞에 앉아 다함께저녁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여자들보다 먼저 먹을 수 있었지만 늘함께 먹겠다고 했고, 다른 집 남자들처럼 상을 따로 차려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엄마가 자기만큼 고기와 생선을 먹고 있는지 확인했다. 여름에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수박을 먹여주겠다고 수박 밭을 일구었고, 매년 겨울이 돌아오면 가족들이 입을 외투 안에 채워 넣으라고 깨끗한 솜도 잊지 않고 사 두었다. 아버지는 혹시라도 솜이 부족하면 자기 옷에는 솜을 새로 채워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니한테는 세상에서 젤 상냥한 아부지가 있다 아이가." 엄마는 종종 이렇게 말했고, 선자는 부잣집 아이가 자기 아버지의 수북하게 쌓인 쌀 포대들과 금반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사랑을자랑스럽게 여겼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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