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느린 시골마을 풍경과 그 안에서 복닥거리는 대가족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책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고요한 연못에 퍼지는 파문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멎지 않는 울림을 선사한다.
바쁜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내고 있을 즈음 이 책을 만났다. 빨리빨리의 흐름 속에서 대량생산 되는 물건이 아니라 품을 들여 만들어내는 물건의 소중함과 오래됨이 곧 낡은 것이 아닌 앞선 시간을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임을 배웠다. 배경이 포르투갈의 알비토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누군가의 특별한 일상이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건 느린 걸 사랑하고 타인과의 인연을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사회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와 이어지려는 노력이 아닐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장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 없어도 정서적 거리라도 줄이려는 시도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렇게 개인으로서 힘을 빼고 사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이 파편화되지 않게 지켜 주는 버팀목도 중요하다. 알비토에서는 이 버팀목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 모두가 함께 둘러앉을 수 있는 식탁, 있는 그대로 자연과 호흡하며 나누는 먹거리와 와인, 이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스러운 가족과 친구, 이웃들, 별로 서두를 필요 없이 재촉하지 않고, 흐르는 대로 매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생활.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차분히 쌓여 가는 오래된 집. - P48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가능할까. 애초에 하고 싶은 일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만족스런 답을 얻은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위 질문에 만족스런 답을 얻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좋아하는 것*잘하는 것*소중한 것
이 책의 장점은 문장이 명료하다는 것이다. 꿈과 미래를 주제로 하는 만큼 자칫 두루뭉술한 내용이 될 법도 한데 작가는 이를 자신이 연구해 온 자기이해방식과 본인의 경험을 이용해 이와 관련된 편견을 하나씩 타파해 나간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보면 독자가 할 법한 생각을 미리 읽어낸 것처럼 먼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한다. 이것만 봐도 작가가 자기이해방식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강점만이 성과를 낳는다. 약점은 기껏해야 고통을 낳을 뿐이다. 그러나 약점을 없애도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는다. 강점을 살리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여러분이 타고난, 뾰족한 별 모양의 오목한 부분을 메우는 데 시간을 쓰지 마세요. 그러면 개성 없는 동그라미가 되어버릴 뿐입니다. 원래 뾰족한 부분을 더 뾰족하게 다듬는 데 시간을 씁시다. 그 뾰족함이 당신다움이며, 그것이 일에서 성과를 낳습니다. - P142
인물을 다룰 때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 위주로 가기 마련인데, 작가는 ‘고야’ 한 명을 설명하기 위해 스페인의 지리, 문화, 역사, 사회를 책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만큼 고야에게서 스페인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작품에 이해와 감상이 더 깊어졌다.
의외로 이 책은 미술서적이 아니라 인문서적이다. 고야의 일생과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책의 흐름을 보면 확실히 인문서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과 스페인의 공통점을 소재로 흥미를 끌어올리고 고야의 일생, 작품 순으로 파고들다가 고야 이후의 스페인을 언급하며 끝으로 한국사회에서 고야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찰까지. 단순히 고야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면 고야는 ‘영웅’을 그리지 않았다. 스페인에는 영웅 대신 민중이 있었다. 고야는 민중조차도 영웅으로 찬양하지 않았고 그들을 죽음의 공포와 함께 그렸다. - P289
출판유통회사에 취칙한 사회초년생 오모리 리카. 그녀는 출판의 출은 커녕 여태껏 책과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얼떨결에 출판유통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그녀는 동기들과 달리 목표도 희망도 없는 자기 자신을 보며 주눅들던 중 혼자 오사카 지사로 발령 받게 된다. 낯선 업계,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상사는 고바야시 서점을 소개해주고, 그곳을 운영하는 고바야시 씨는 리카에게 이야기를 통해 조언을 건넨다.P257. 大阪での経験で一番学んだのは、人は「熱」がある場所を「快」と感じるということだ。逆に「熱」がないところに人は集まらない。「熱」を生み出すためには、人の気持ちが乗っかる必要がある。p245. 오사카에서 했던 경험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사람은 ‘열기’가 있는 장소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열기’가 없는 곳에 사람은 모이지 않는다. ‘열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흥을 돋을 필요가 있다.한일독서클럽 마루단 4기 도서는 최근 출간된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였다. 일본소설+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제목의 고바야시 서점. 이 세 조합만보면 오래된 가게를 배경으로 한 가게주인과 손님 간의 힐링 소설이 연상되었다. 좋게 보면 무난한, 나쁘게 보면 뻔한 느낌의 책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소설은 힐링보다는 성장에 중심을 둔 책이었다. 사회초년생이 생판 모르는 업계에 입사해 주위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과정에 힐링이 없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굳이 결을 따지자면 후자에 해당했다. 그래서였을까, 띠지에 쓰인 ‘2022가장 기대되는 힐링소설’이라는 문구가 조금 아쉬웠다. 힐링이라고 홍보를 해버리면 여타 소설들 사이에서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번 원서를 읽으면서 걱정했던 부분은 소설 배경이 오사카라는 점이었다. 원어의 벽이 아직 높은데 거기에 사투리까지 더해진다니. 읽기 전부터 험난함이 예상되었으나 생각보다 읽을 만? 했다. 물론 표준어와 어미가 달라 이게 평서문인지 의문문인지 부정문인지 헷갈리는 바람에 같은 문장을 두 세 번 정도 읽는 수고가 들긴 했지만. 각설하고, 책에서 두드러졌던 부분은 일에 대한 태도였다. 책의 배경이 서점과 유통회사였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였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유통회사와 서점 사이에서의 마음가짐, 서점과 손님 사이에서의 마음가짐, 물건을 팔 때의 마음가짐 등 모든 일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지만 그 밑에 깔려있어야 하는 건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고바야시 사장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사장님의 이야기는 머리로는 얼추 이해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알고는 있지만 가끔씩 그 마음이 꺾여버리는 순간이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때가 딱 그 시기였다. 알고 있는 걸 다시 곱씹으려니 마음이 심란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고바야시 사장님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었다. 이것마저 픽션이었다면 역시 소설 속 이야기라며 마음이 한층 더 침울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사장님의 이야기 중 열의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이야기에 힘입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