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다리 아저씨 2 (양장) - 그 후 이야기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프리미엄 에디션 90
진 웹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더클래식 / 2021년 4월
평점 :
키다리 아저씨2 그 후 이야기
주디는 저비스 씨와 결혼 후 존 그리워 고아원 원장직에 자신의 친구 샐리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거절했던 샐리였지만 얼떨결에 원장 자리를 수락하고 만다. 고아원의 열악한 시설과 엉망진창인 직원들의 일처리 속에서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고아원 주치의로 있는 로빈 선생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P88. 남자들은 정말 우습지 않니? 능력을 칭찬할 때 항상 남자답다거나, 남자만큼, 이라는 말을 많이 쓰잖니. 그런데 나는 그 사람한테 절대 해 주고 싶지 않은 칭찬이 있어. 그 사람은 절대 여자만큼 직관력이 빠르지 않아.
P198. 이따금 너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오르면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온 세상을 상대로 싸워서 지금보다 어린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작 키다리 아저씨에서 이어지는 고아원 개혁 이야기. 이전 작품이 주디를 통해 고아원의 열악한 시설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이었다면 후속작은 고아원의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 주가 되었다. 전개 방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전작과 다른 점은 키다리 아저씨 말고 편지를 쓸 사람이 없었던 주디와 달리 샐리는 주디, 저비스 씨, 약혼자, 고아원 주치의 로빈 선생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 덕에 다양한 필체로 편지를 읽을 수 있었고 이는 전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이었다.
샐리는 주디의 대학시절 친구로 밝고 명랑하며 마음이 따뜻한 친구였다. 소위 말해 구김이라고는 없는 듯한 그런 인물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런 친구라면 고아원 원장 자리를 잘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아원 일은 그저 봉사 정신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아원의 시설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고, 아이들의 서류 관리는 엉망이었으며 일하는 직원들조차 건성건성이기 일쑤였다. 그러니 이런 곳을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샐리의 심정이 어땠을지. 하루빨리 다른 사람에게 고아원을 넘기고 도망가고 싶어했을 그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아이들을 두고 가는 것이 눈에 밟혔던 샐리는 그만둔다 그만둔다 하면서도 꿋꿋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갔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와 식단을 바꾸고, 아이들이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또 고아원을 도와줄 새로운 인력들을 찾아본다. 그 과정에서 고아원 주치의로 있는 로빈 선생과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서로의 목적이 일치함을 깨닫게 되면서 으르렁 거리다가도 멋진 파트너로서 고아원을 바꾸어 나간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고발은 어른의 시선에서 더 깊숙이, 더 세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디, 즉 아동의 시선에서는 개성을 억압당하고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후속작에서는 고아원 원장이라는 직책을 통해 후원금의 사용처, 아이들의 발육 상태, 입양 절차와 파양 등 다각도에서 고아원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 동안 무관심했던 복지시설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비록 소설과 지금은 시대도 배경도 다르지만 복지시설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