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블루로 우리 모두가 힘겹게 하루하루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매일을 버티는 우리를 안아주는 애틋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로 집필되었다고 홍보하고 있는 이 책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저자 박애희 작가가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겪게 되는 온갖 애환을 담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 글이다. 특히 글이 잘 써 내려가질 않을 때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든지 또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70대 노년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열다섯 살 애완견 뭉치의 얘기에 이르러서는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애잔한 생각이 들어 우수에 젖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매우 매끄러운 글솜씨를 자랑하는 책이다.
저자는 얘기한다. ‘생의 슬픔에 침몰되지 않고 살아남고 싶었기에 고통과 불안으로 야기되는 고단함들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고 싶었고 잘 버텨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것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고통과 슬픔에 자주 주목했다. 또 지난한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말들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태도를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다.’며 그 모든 것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그래선지 이 책은 1장_ 우리 등 뒤의 슬픔, 2장_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3장_ 우리의 어둠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이유, 4장_ 너의 긴 밤이 끝나는 날, 5장_ 계속 살아도 된다는 말 등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그땐 미처 몰랐던 것들’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봐’... ... ‘가끔 사는 게 괴로우면’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등 44개의 글꼭지마다 저자 본인과 관련된 얘기는 물론 일반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인 ‘늙은 개 풋코와의 일상을 담은 만화 「노견일기 4」’나 ‘뮤지컬 Hope의 노파 얘기’ 등등을 인용하여 본인의 삶의 철학과 융합시켜 얘기를 이끌어가고 있어 더욱 잔잔한 감흥을 일으키기도 한다. 단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보통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사회적 이슈나 시사성 있는 글들이 담겨져 있었으면 그만큼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무엇이 우리 삶을 견디고 버티게 하는지, 무엇으로 우리는 위기와 어려움의 시간을 건너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바라던 끝이 아닐지라도, 고통이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삶은 다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나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기억하고 조금 더 그 시간을 잘 견뎌내 보자며 마지막 장에서 다음과 같이 영화 「콘택트」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찬란한 행복이 함께하겠지만, 그 끝에 고통스러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면 당신은 그 길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끔찍한 고통을 줄지라도 한때 우리가 가지게 될 찬란한 기쁨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그 모든 것을 다 껴안겠다고, 모든 것을 품고 기꺼이 걸어가겠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몇 개의 아름다운 글을 소개해 본다.
◆ 어떤 아름다움은 그렇게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일까? 그 안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떠나고 난 뒤에야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일은 여행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내내 반복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청춘을 지나오고 나서야 그때 시리게 아팠던 청춘이 인생의 봄이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함께 있을 때는 지긋지긋하게 싸웠던 어떤 관계도 이별 후에는 어쩐지 그리워지는 거처럼. [ 1장_ 우리 등 뒤의 슬픔 중에서 ]
◆ 인생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시간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실패와 시련의 순간들이, 상실의 서러움과 그리움에 먼 곳을 바라보던 외로운 나날들이 결국에는 다시 생의 선물로 돌아온다는 진실을 확인하며 느릿느릿 걸어가는 할머니를 그려볼 때면 90세 건축가 할아버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의 못 하는 게 없는 슈퍼 할머니 ‘츠바타 히데코’의 더없이 평화롭고 담백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가 생각난다. [ 2장_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 ”난 이제 평화를 찾았으니 당신도 찾길 바라.“ 나는 때때로 예감하고 있다. 언젠가 슬픔이 맑게 가라앉는 날이 내게도 찾아오리라는 것을. 당신도 지키고 싶은 어떤 존재와 함께 무사히 그 시간을 견디고 살아내기를. 꼭 평화를 찾게 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 3장_ 우리의 어둠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이유 ]
◆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천재성이지만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건 치열한 고뇌다.“ 오랜만에 김현식의 음악을 들어야겠다. 온 마음을 끌어올려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울컥하겠지만, 한동안 생각할 것이다.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진심과 고뇌로 점철되었던 지난 시간의 가치에 대해서. [4장_ 너의 긴 밤이 끝나는 날 ]
◆ 폴 칼라니티의 책 「숨결이 바람 될 때」를 펼쳐본다. 언젠가 내게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죽음 앞에서 남은 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숙일 것 같다. 그 혼란과 고통 앞에서 삶의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솔직히 나는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한 번씩 바람이 불어올 때면, 가끔은 진지하게 생각할 것 같다. 내가 없어진 세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지, 그러면 방향을 잃었던 삶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다시 부지런한 노력을 보여주리라고 믿는다. [ 5장_ 계속 살아도 된다는 말 ]
이처럼 쓰여진 글귀 하나하나가 우리의 심금을 자극하는 그 상세한 저자의 글솜씨 내용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44개의 글꼭지마다 저자만의 색다름이 있다. 새로움이 있다. 멋진 노래 소개도 있다. 아포리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코로나블루로 힘든 세상을 함께 견뎌내 보는 지혜를 가졌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이 책을 옆에 두고 틈이 날 때마다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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