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라는 낱말의 일상적 쓰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자연은 인간 종과, 그리고 우리의 일상 세계와 구별되는 공간을 뜻한다. 이 낱말은 ‘거대한 분리‘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이라는 말은 인간이 자신의 원천인 원시적 오물보다 숭고하고 동떨어진 존재임을 뜻한다. 하지만 이 칸막이는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문화적 선택이다. 생물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자연이고 자연이 인간이다. 둘을 별개의 영역으로 규정해야 하는 필요성은 다른 종과의 관계에 점차 균열이 생긴 결과다. 상상 속 틈새에 쐐기가 박혔다. 내게 ‘자연‘은 나무와 다람쥐 같은 밋밋하고 상투적인 이미지를 뛰어넘는다. 자연은 나무와 다람쥐의 ‘관계‘에 더 가깝다. 부분의 합보다 큰 생명력을 그들에게 불어넣는 활기찬 펄럭임처럼. 자연은 살아 있는 것뿐 아니라 바람, 물, 흙, 불 같은, 살아 있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아우른다. 자연은 ‘새‘가 아니다. 바다를 가로질러 연인에게 돌아가는 앨버트로스의 날개를 들어올리는 더운 바람이다. 모래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 따뜻한 봄비가 내리면 뛰쳐나와 먹이와 짝을 찾으려고 밤새요란하게 우는 쟁기발두꺼비다. 자연은 당신이다. 갓 태어난 조카를 보고서 울먹이는. - P22
나는 인간과 자연을 가르는 선을 뭉개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인류가 제 스스로 강요한 고립 속에서 지독히 외로워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무지막지하게 훼손되고 있다. 나에게 가장 큰 우정, 확신, 영감을 선사한 종들이 인간 사회에서 가장 멀찍이 내쫓기고 있다. 인간의 ‘바람직한‘ 특질(똑바로 설 것, 논리적일 것, 두 발로 걸을 것, 이분법적 성별을 가질 것)과 가장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이 생물들과 개인적으로 맺어지면서 나는 가장 힘겨운 시기에 기이한 소속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그 보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주어 작으나마 내 몫을 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당신도 땅의 친밀함, 우리 세포들 사이의 가까움, 서로에 대한 기억을 느끼길 바란다. 내가 자라면서 겪은 지배적 미국 문화는 대부분의 생물에게 지독한 폭력을 가한다. 인간은 땅과 그곳에 깃든 온갖 존재들을 마음대로 다룰 능력뿐 아니라 자격까지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나머지 종이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터무니없게 들린다. 심지어 내가 어릴 적 들은 환경주의적 메시지조차 지구의 파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다른 종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무심했다. - P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