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교과서다. 기역니은을 가르치기 위해 때로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그 인생에 휘말려들 준비가 되었는가. 노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일상‘이란 말은 내가 노들에서 배운 가장 멋진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단단한 말이었습니다. 나는 이 근사한 학교의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억눌린 게 많았던지 당신은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고 나는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지요.
"소리 질러도 괜찮아요. 울어도 괜찮아요. 싸워도 괜찮아요. 무서우면 같이해요."
우리의 대화 끝에 항상 마침표를 찍던 ‘같이해요‘라는 말, 그건 또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 말이던지요. 열 번 스무 번 고민하고 나서야 겨우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말은 입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누군가를 조직한다는 것이 결국 나 스스로를 조직하는 일이었음을 시간이 한참 더 흐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가장 많이 변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으니까요.
우리에겐 할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 존재이다. 세상에는 그 머릿수만큼 다양한 몸의 차이가 있고, 그것이 모욕과 멸시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에게도 지키고 싶은 삶이 있고, 그것을 다 빼앗긴 존재들에게 필요한 건 적응이 아니라 저항이다." - P296
당신을 따라 그 말을 외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따라 사느라고 조금 고단했습니다.
스무 해.
잡히지 않는 희망을 망연히 바라보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밀면서 온 시간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어서 걷고 달리고 굴려서 온 그 20년. 나는 우리의 역사가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이 버텨주었으므로 나도 버틸 수 있었고, 내가 버텼으므로 어느 날의 당신도 버틸 힘을 얻었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고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지극한 것들은 다른 길을 걷더라도 같은 길에서 만나게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 앞으로도, 오래,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