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는 평생 자신을 사랑하는 문제와 투쟁해야 하는 이들이다. 성별, 인종, 계급, 나이 등은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적 해석이다. 몸의 영역에는 쉽거나 작은 실천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 - P14
신을 알고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상대하는 용기, 나이듦을 인정하는 것, 아픈 상태도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라는 인식, 남의 몸에 대해 되도록 적게 말하기부터 시작하자. - P15
몸에 대해서라면 좀 무식, 무지, 무관심한 쪽이다. ‘쪽이었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하고 싶지만 지금도 어느 면에서는 그러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슴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는 꼭지만 달린 주제에 너무나 브래지어가 하고 싶어 공갈 브라를 하고 다녔다는데, 그런 심리 1도 이해 못 하는 나는 티셔츠 속으로 빤빤하게 떨어지는 가슴이 좋아 고무줄로 된 벨트를 가슴에 차고 다녔다. 무려 2년 동안이나. 엄마에게 들켰다가는 억지로 레이스 달린 - P68
아토피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부적절한‘, ‘이상한‘이라는 뜻이다. 무엇이 부적절하고 이상한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부적절하고 이상한 사람처럼 여기며 약 10년을 흘려보냈다. 20대가 된 나는 여전히 약을 끊지 못하고 1등급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고 있었다. 스테로이드 중독에 의한 부작용은 다양하다. 안면홍조가 생겼고, 살짝 스치기만 해도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날 정도로 피부가 예민해졌으며 에일리언 같다, 피부가 기름종이 같다는 소리를 들었을 - P35
나는 내 몸을 사랑하는가, 내 몸을 긍정하는가에 관해 오래 생각했다.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오래 보류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다. 나는 여전히 내 몸을, 내 피부를 사랑하거나 긍정하지 못한다. 그럼 나는 실패한 걸까? 사랑하거나 혐오하거나, 둘 중 하나만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내 몸을 혐오했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사랑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라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애초에 우리 삶이 그렇게 쉽게 온점을 찍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려 노력하다 보니 매일 실패하는 나를 발견했다. 피부를 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참지 못하고 마시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다음 날 악화된 피부를 보며 또 나와 내 피부를 혐오했다. ‘내 피부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미션은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절대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는 산이었다. 내 생각은 ‘내 피부를 사랑한다, 사랑 - P41
하지 않는다.‘ 두 가지에만 매몰되어 있었으니 어떤 노력을 해도 결국 내 피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지금은 나를 향한 사랑이 불가능하다거나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몸에 대한 애정은 매일 바뀐다고 볼 수 있다. 내 피부, 내 몸을 사랑한다는 건 사실 자존감의 문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내 몸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이 자존감은 높거나 낮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어느 한쪽에만 멈춰 있는 고정된 형태도 아니다. 어제 술을 마셨다면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 날이 되고, 오늘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면 내 몸을 사랑하는 날이 된다. 언제든지 나는 나를 사랑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하지 못했다고 해서 나 자신을 통째로 부정하거나 자책할 이유도없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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