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입양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은서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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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입양 가족이 됐다는 소식에 누군가는 "어리가 결혼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하고 물었다. 우리는 결혼 대신 친구와의 동거를 선택했고, 남편과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 대신 친구를 입양해 가족이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여전히 ‘미완‘ 상태인가 보다. 친구와 사는 것은 임시 가족이고, 언젠가는 각자 결혼할 거라고 전제한다. 결혼한 부부에게는 이혼하면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지 않으면서 우리에게는 둘 중 한 사람이 결혼하면 입양이 깨지는 거냐고 묻는다. - P7

우리가 입양 가족이 된 건 현재로써 서로의 법정대리인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생활동반자법이 있었다면 우리는 입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끼리 반려인이라는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부모 자식이라는 수직적인 관계가 되는 건 원하지 않았으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함께 살며 힘이 되는 존재에게 가족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하는 건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부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 테두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생활동반자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돼 안정적으로 살게 되기를 소망한다. - P8

제주 시절에 만나 절친이 된 백은 내가 어리와 살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우리가 사는 모습이 편안해 보여 부럽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나보다 생일이 빠른 그 친구에게 나를 입양하라고 했다. 그럼 딸도 생기고 더불어 손녀까지 생기게 된다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자고. 현재 법으로는 혼자 사는 사람이라도 입양을 통해 얼마든지 여러 명의 가족을 만들 수 있다. A가 B, C, D를 입양해 엄마(혹은 아빠)와 여러 명의 자녀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 아니면 A가 B를 입양하고, B가 C를 입양하고, C가 D를 입양해 딸(혹은 아들), 엄마(혹은 아빠), 할머니(혹은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까지도 만들 수 있다. 결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 생태계를 교란시켜버리는 것이다. - P231

처음 생활동반자법이 논의됐을 때 참 반가웠다.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를 보듬어 누구나 특별한 한 사람을 서로의 법적 보호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 믿고 의지하는 사람과생을 나누며 외로움과 우울을 막을 수 있다면 돌봄으로 인한 복지 비용도, 고독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노인들에게 더 필요한 법이 아닐까 싶었다.
법과 제도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우리처럼 성인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가족이 생겨 든든해졌지만, 우리 같은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났을 때 그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의 모습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우리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 이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법 제정을 보다 앞당겨 - P240

사람들이 입양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서로의 보호자가 돼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쩌면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 수도 있다.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가 더 진행되기 전에 자신만의 틀에 갇힌 사람들이 성인 입양부터 제한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넓은 가족의 범주 안으로 끌어안는 대신 더욱 배척하기 위해서 말이다.‘정상가족‘ 프레임에 갇혀버린 이들에게 우리가 아무리 어떤 이야기를 한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만 믿고 싶어 할 테니까. 안타까울 뿐이다. - P241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존재해왔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 테두리 안에 받아들인다면 우리처럼 입양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함께 사는 구성원이 꼭 결혼으로 맺 - P241

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나이 차가 많건 적건, 이성 간이든 동성간이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살면 되는 거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1인 가구의 돌봄 비용이 줄어들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건 둘째 치고라도, 1인 가구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옆에 함께 있는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다. 1년에 몇 번 만나는 가족들이 채워줄 수 없고, 돈으로도 채울 수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과함께 살고, 함께 살며 힘이 되는 존재에게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하는건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성인 입양은 입양신고서 한 장만 제출하면 다음 날 바로 가족이 될 수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장 구속력 있으면서 모든 행위에서 법적 권리를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부모자식 사이가 되는 것이 이렇게 쉽다는 게. 입양은 이렇게 쉬운데 다양한 가족을 품어줄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 제정은 왜 그리 어렵기만 한 건지, 참으로 모를일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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