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
김잔디 지음 / 천년의상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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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모든 일을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것은 단 하나다. 잘못된 일을 잘못이라고 말했을 때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과를 해서 결국 나의 상처가 회복되고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피해자인 나에게도 가해자인 상대방에게도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못이 없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의 어떤 잘못의 끝이 피해자의 좌절과 가해자의 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것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후 우리가 힘겹고 아픈 길을 걸어왔기에 결국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이 되었다고 위안하며 더욱 건강한 내일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그것이 이루어질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자연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에게 성폭행을 행했던 직원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 P6

뻔뻔하게 직장 내부에 사건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알려, 시청에서는 내가 당한 범죄 사실이 화간이라고 소문이 나는 지경이 되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했고, 오랜 시간 성적 괴롭힘을 주었던 박원순 시장은 내가 고소하자마자 피소 사실을 알게 된 후 결국 생을 마감했으며 그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몹시 자연스럽지 않아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이다. - P7

시청 젠더특보는 나에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소개시켜주었고, 그곳에서 내 정신상태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오랜 시간 지속된 - P8

박원순 시장의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성폭행 사건으로 곪아 터진 것이었다. 골다공증 환자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난이다. 당연히 온몸은 으스러졌고, 여느 교통사고보다 크게 다쳤다. 나는 죽고 싶었지만, 죽기를 결심했기에 그 죽을 각오로, 죽을 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가 입었던 피해에 대해 바로 잡아야 죽는 순간에라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와 나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 아래 나의 안전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법 절차뿐이라고 생각했고 고소를 결심했다. - P9

나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내게 모멸감을 안겨준 일이 적시된 증거의 확보였다. 박원순 시장이 내게 보낸 문자와 사진들 말이다. - P31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던 나의 모습이 그에게는 그의 어떤 모습이든 이해해줄 자신의 사람으로 착각하게 하고 나 - P56

를 함부로 대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나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록, 나의 인간다움이 존중받지 못하게 된 것 같아서 서글프다. - P57

"죽었대."

비로소 현실감이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머리가 빙글 돌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나는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뭐라고? 왜? 도대체 왜? 나 때문에? 내가 고소해서? 나한테 미안해서? 아니잖아. 다른 이유 때문이잖아?‘

다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나는 강해져야만 했다. 다윗과 골리앗처럼 불 보듯 너무도 뻔한 강자와 약자의 싸움이지만 진실의 힘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고소를 준비하며 나를 걱정하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물맷돌을 던지는 시늉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이, 시장님의 자살이 너무 끔찍했 - P71

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나 장례식에 가봐야겠어. 나 때문이야. 내가 사람을 죽였어.
난 어떻게 살아. 나도 죽을 거야."

나는 절규했다. 하늘이 무너지도록 소리쳤고, 바닥이 꺼지도록 발버둥치며 오열했다. - P72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마음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어떤 악의가 있어야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부주의한 게 아니었고 의도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의 야만적인 이기심에 가슴이 쓰라렸다. 나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인가, 나의 피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인가. 나는 그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다. 손등에 꽂은 주삿바늘이 눈에 들어온다. 수액 호스가 보인다. 거울을 깨고 싶다. 혼란스럽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까. - P79

나는 죽고 싶었지만, 죽임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다면 나를 지키는 것이 필요했다. 나는 강해져야만 했다. 그렇게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 P80

나는 울면서 말했다.

"제가 죽으면, 저의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그러면 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여성운동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셨다.

"잔디, 잔디가 다른 무엇보다 제일 소중해요. 여성운동이 10년 후퇴한다고 해도 잔디가 제일 중요해요. 마음 강하게 먹어요."

눈물과 콧물이 수돗물처럼 흘렀다. 모두가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오히려 여성운동에 큰 전환점이 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 P114

생각을 안아주시며 내게 말씀하실 때, 그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셨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너무 죄송하다.
나는 감사하게도 이 말을 자주 되된다. 여성운동 10년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존엄성.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성운동 10년을 다 바쳐서라도 구하고 싶은 나의 존엄성.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분들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동일한 위로를 느꼈으면 한다. 우리는 반드시 더 잘 살아야 한다. 우리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다. - P115

"네 삶이 끝없는 싸움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유불리를 따라 너를 이용할 뿐이다."

기자회견 직전 전 비서실장님으로부터 받았던, 기자회견을 미뤄달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분은 이미 계획하고, 나를 협박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나의 인생을 끝없는 소용돌이로 휘말리게 할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그 악마 같은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118

오랜 고민 끝에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은 누가 뭐래도 내가 직접 선택한다. 당신들이 아무리 뭐라고 나를 비난해도 나는 떳떳하다. 나는 무서워서 숨는 것이 아니다. 당신들이 나를 더 괴롭힐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해 나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나를 지킬 것이다. - P134

앞에서도 잠깐 페미니즘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를 했지만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직 연대라는 것을 이번 일을 겪고 깊이 체감했다.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을 위해 힘써주신다는 것에 벅찬 마음으로 감사하며, 사회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다. 그분들께서 이 사건을 챙기느라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 순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가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거운 마음으로 감사를 느낀다.
지금 지고 있는 이 빚을 갚을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나의 작은 연대가 누군가에게 숨통 트이는 희망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P148

꽃뱀이라는 공격은 무섭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니까. 나는 당당하니까. 그렇지만 나의 사진과 영상들이 계속해서 유포, 확산, 재생산되는 것은 무서웠다. 평생 숨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 잔인한 짐승들끼리 원본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있겠지. 길 가다가 나를 알아보고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두려웠다. 나는 성형 - P166

을 알아봤다. - P167

강인한 마음으로 성형을 알아봤지만, 알아볼수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대책위에서도 반대하셨다. 특히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님(현 소장님)께서 이러한 현실에 너무 마음 아파하셨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나를 공격하려 해도 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성형수술 의료사고들에 대해 찾아봤다. 수술 중에 마취 사고로 죽는 것이 용기없는 나에게 가장 편한 죽음의 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들 몰래 의료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유명해 모두가 피한다는 병원을 예약했다. 엄마에게 모든 계정과 계좌의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혹시 몰라서 동생에게도 알려주었다. 그야말로 신변을 정리했다. 두렵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이 후련해졌다. - P167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25일 저녁 박원순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사건에 대한 국가기관의 명확한 판단을 기대했는데, ‘성희롱‘이라는 단어로 내가 겪은 피해를 축소하려는 것처럼 느껴져 다시금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당사자가 고인이 되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 P180

보수적으로 판단한 결과임에도 나의 피해 사실들이 대부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법상 ‘성희롱은 성추행을 포함하는개념‘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인이 받아들이기에 ‘성희롱‘과 ‘성추행‘의 의미는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나는 ‘성희롱 피해자‘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심각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인권위는 공교롭게도 2020년 7월 이후 ‘성추행‘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 P181

나는 잘 몰랐지만 국회의원 남인순은 여성운동을 주도한 여성계 대모로 불리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극비의 보안 속에서 진행된 박원순 시장 고소 사실을 미리 알고 임순영젠더특보에게 통보를 했을까. - P182

남인순 의원은 그렇게 중간에서 피소 사실 유출의 다리를 놓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는 시장님 자살 이후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이후 나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면서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뻔뻔하게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캠프에서 다시 여성 인권을 부르짖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 P183

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온 결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입니다.
용서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준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 - P196

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하여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입니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 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되었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 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이 상황을 악용하여 저를 비난하는 공격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P197

저는 그동안 제가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건아 닐까 하는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작도 제가 아닌 누군가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사실의 인정‘ 절차를 잃었습니다.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습니다.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닙니다.
저의 회복을 위하여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제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 - P198

이 들고, 오히려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입니다.
사실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 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시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습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진영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흐름임을 인정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서 불편함을 호소해야 바뀌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말 못 할 상처를 가진 외로운 피해자분들에게 전합 - P199

니다.
잠들기 전, 자꾸 떠오르는 불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베개를 적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입니다.
애써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참다 보면,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 P200

그 뒤 하루 만에 검찰에서 발표가 났다. 고소 관련 정보가 피의자 박원순에게 전달된 경로는 김영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남인순(국회의원)-임순영(서울시 젠더특보)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열린 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은 "4월 이전에 (고소인과) 주고받은 문자가 문제될 소지가 있다."라고 했으며, 사망 당일 오전 "이번 파고는 넘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복잡했다.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슬프고 절망스러웠다.
병원에서 6개월 동안 받은 심리치료는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나 때문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듣고 결국 사실은 ‘나 때문이었다.‘라는 마음이 들어 너무도 절망스러웠다. 아직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너무나 원망스럽다. 나는 내가 받은 피해에 대한 법적인 절차를 밟고, 용서하고 싶었을 뿐이다. 고 - P206

소 사실이 시작부터 유출되어 결국 나는 법이 정해준 절차 속에서 나의 피해에 대해 말하고, 그 속에서 피해를 인정받고, 가해자를 용서하고 마음의 응어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이번 파고는 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게된 이 끔찍한 비극을 누가 만들었는가. ‘누군가‘의 자기 진영을 지켜야 한다는 욕심과 ‘누군가의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려 했던 잘못된 판단, ‘누군가‘의 이 모든 일을 죽음으로 끝낼 수 있다.
는 잘못된 결심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었우리는 지금보다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금 더 살 만한 사회를 볼 수 있었다. - P207

나도 내가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은 알았다. 최근 공군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결국 나의 사건도 내가 생을 마감해야만 끝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성폭력 피해의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죽음과 맞닿아 있고, 피해자가 죽음으로써만 끝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 - P264

이 나의 모든 생각을 잠식시켰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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