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개정증보판 달인 시리즈 1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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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그렇게 출세를 못해 안달하는지 아니? 다 외로워서 그런 거야. 사람들 ‘속에서‘ 폼나게 살고 싶으니까 돈이나 권력으로 사람들을 계속 자기 옆에 묶어두려고 하는 게지. 헌데, 실제론 출세를 하면 할수록 더더욱 ‘왕따‘가 된다는 게 문제란 말이야. 그건 또 왠 줄 아니? 열심히 돈과 권력을 좇아 살다 보니, 친구들의 존재를 홀라당 까먹어버린 거야. 한마디로 ‘재수없어‘ 지는 거지. 다 공부를 엉터리로 했기 때문이야. 그런 사람은 공부를 백날 해봐야, 아니, 최고등급을 받아봤자 잔챙이밖엔 안 돼. 잔챙이를 누가 친구로 사귀고 싶어하겠어? 또 자기 자신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그따위 공부가 어찌 세상을 이롭게 하겠냐구? - P10

그런 시각에서 보면 대학로는 정말 밋밋하기 짝이 없다. 거리의 대부분이 패스트푸드점과 카페로 가득하고, 극장들은 소비적 상권에 압도되어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하여 모 - P43

두들 그곳을 문화의 거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건 문화란 세련되고 소비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참, 그러고 보면 문화라는 말처럼 오염된 단어도 없지 싶다. 단어 본래의 뜻으로 치자면야 인간이 누리는 삶의 다양한 표현방식이 되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으로 지금은 ‘삶‘은 쏙 빠져버리고 뭔가 삐까번쩍한 표현형식이라는 의미만 남고 말았다. 그러자니 자연 ‘다양성‘마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남은 건 오직 눈앞을 휙휙 지나가는유행뿐. - P44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꾸준히 밀고 가는 항심(恒心)과 늘 처음으로 돌아가 배움의 태세를 갖추는하심(下心), 공부에 필요한 건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 - P49

아무리 즐거워도 돈이 되지 않으면 ‘인생에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아무리 싫어하는 것이라도 돈이 되면 ‘몹시 유용한‘ 일이 된다. 돈이 깊이 개입하는 순간, 어떤 활동이든 졸지에 타율성이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증까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활동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생명력은 완전 잠식되고 만다. - P53

독서를 외면하는 대안학교라? 언어도단! 상식적인 말이지만, 그런 다양한 활동이 신체와 ‘통‘하려면 무엇보다 근기(根器)가 튼실해야 한다. 근기란 쉽게 말하면 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에너지의 분포도‘ 같은 것이다. 그릇이라고도 하고, 카리스마라고도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바로 이 근기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길은 단언컨대 독서밖에 없다! - P57

창의성? 참 좋은 말이다. 이걸 나쁘다고 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문제는 창의성의 구체적 내용이다.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어떤 창의성인가가 문제라는 거다.
가장 두드러진 건 시설과 서비스의 세련됨을 창의성과 그대로 오버랩시키는 경향이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는 학교가 주는 칙칙하고 낙후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어딜 가도 시설 하나는 끝내준다. 전국 구석구석마다 - P61

영상 시설이 갖추어지고,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특히 대학은 거의 몇 년간을 리모델링에 올인했다. 한 대학은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데 10억을 썼다고 한다. 시설만 바꾸면 창의적 역량이 절로 고양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원도 만만치 않다. 그 덕분에 온갖 종류의 학회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전국 규모의 학술지 또한 차고 넘친다. 그런데, 참 기이하게도 이런 외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담론이 제출되었다는 소문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표절에 복제에 몰주체적이고 기형적인 풍토가 만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 P62

결국 우리는 모두 속은 것이다. 여건만 좋으면, 지원만 충분하면 활동은 저절로 굴러가리라는 발상, 이것이 바로 학교가 퍼뜨리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락한 거짓말의 덫이다. 즉 창의성에 대해 전혀 ‘창의적으로‘ 사유하지 못한 것. 진정한 창의성은 폼나는 공간에 들어앉아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학습 주체와 공간이 어우러져 전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아주 강도 높은 학습의 장을 연출하는 것, 창의성이란 바로 그런 것을 의미한다. - P65

독재 정권 시절엔 대량생산의 시대였고, 그때는 창의성 따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똑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면 되니까. 그에 반해, 지금은 상품이 시장에서 먹히려면 차별성이 뚜렷해야 한다. 쉽게 말해 튀어야 한다. 그러자니 사회 전체가 온통 창의성, 개성, 사고력 따위를 떠들어대기에 바쁜 것이다. 따라서 이때의 창의성이란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기획력, 신상품 개발의 아이디어 따위를 의미한다.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아니라, 포장과 이미지를 적당히 바꿀 줄 아는 능력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간 학교들이 거죽을 바꾸는 데 그토록 치중했던 것도 나름 이해할 만하다. - P66

그러므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자신의 문체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 거울보다 더 투명하게 자신을 비춰줄 것이다. 아마 탁월한 직관력을 가진 점쟁이라면, 문체만 보고도 그 사람의 운명을 다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고전의 시대엔 그런 경우가 더러 있었다. 문장에 흐르는 기세나 빛깔만 보고도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 어떤 일을 저지를지 충분히 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지금과는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면, 운명의 궤적을 변경하고 싶다면, 문체를 바꾸면 된다. 거꾸로, 문체를 바꾸고 싶으면 모름지기 표정을, 몸을, 삶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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