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엄기호 지음 / 나무연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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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정의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전시하여 소비하지 않되 고통의 절대성에 사람들이 충분히 공명하게 할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 P7

하면 고통에 대한 증언을 전문가의 해석을 기다리는 날것의 정보도, 그렇다고 그 자체로 완벽한 말도 아닌, 고통에 대한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런 자리는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주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의 뒤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증언자들이 힘차게 증언하고, 참석자들이 공명하고, 정치적 결의를 하고 난 다음이다. 참석자들이 떠나간 자리, 혹은 증언자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난 다음의 문제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 고통에 다른 사람들이 공명함으로써 증언자들은 힘을 받는다. 그러나 다시 홀로 남은 자리에서 사람들은 묻곤 했다. "이 고통이 끝나긴 할까요?"
끝이 없다는 것.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는 것. 그것이 고통의 끝자락에 단단히 붙어 있는 가장 큰 절망이라는 고통이었다. 그 고통이 고통을 고통으로 지속시켰다. 따라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소원은 단 하나다. 고통이 끝나는 것. 고통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고통에 대한 언어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고통이 끝난다면 그 모든 걸 접을 수 있다고 했다. - P8

오히려 내가 주목하고 염려하는 것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주변 세계다. 고통을 겪는 이들은 어떤 말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혹은 소통하지 못하면서 누구와 세계를 짓고 또 누구와의 세계는 부수고 있는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쓸 수 있는 언어로는 어떤 세계를 짓는 것이 가능한가. 혹 그 언어로 주변 세계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수는 것만 가능한 것은 아닌가?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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