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 모든 게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계속 밀어붙였다. 지금 물러난다면, 나 자신의 중요한 일부를, 즉 내가 정확히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가 아니라, 그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 P218
"우린 서로 변해야 해." 내가 뒷마당에서 칠면조 버거를 뒤집고 있는데 파커가 말했다. 늦여름이지만, 날이 갈수록 그림자가 짧아지는 것 같았다. "나도 알아." 아니, 난 몰랐다. 정확히는. 내가 몸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방법들을 다시 익히는 동안, 파커도 또 다른 빛을 얻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쌍둥이가 된 것 같았다. "난 계속 네가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파커의 이 말을 듣고 나는 진심인가 싶어서 시선을 들었다. 파커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 P224
"나도 같은 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뚜껑을 닫고, 주인집 소풍 탁자에 파커와 나란히 앉으며 말했다. "네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린다는 거야?" "둘 다." 말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해먹과 정원이 있는 낯선 마당을 둘러보는 것도,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몸일 때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여자의 손을 잡고 내가 길을 잃었음을 인정하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세상에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렇지?" 내가물었다. "우리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꿀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펼쳐 놓고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두고 볼 수밖에 없다는게 진실이지." - P225
무엇이 남자를 만드는가? 내가 남자들을, 그들의 근육, 그들의 비속어, 그들의 아름답고 뻣뻣한 털을 연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4월의 어느 추운 날 내게 총구가 겨눠지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답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남자, 가정적인 남자, 말보로 맨, 남자다운 남자. 거울 속의 남자. - P15
남자들이란. 나는 옛날의 그 씁쓸함을 담아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내 몸은 벌써 변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그곳에 간 이유가 그것이었다. 좋은 남자는 찾기 힘들다. - P16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몸은 계속 움직인다. - P17
사실 이것은 유령 이야기다. 아니, 모험담이다. 내가 어떻게 유령 같은 삶을 그만뒀는지 들려주는 모험담이다. - P17
이미 벌어진 일들은 사실이지만, 그 이야기는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가장 무서웠을 때의 그 소금 냄새 나는 공포, 꼼짝도 할 수 없던 경험, 몸이 갈라지던 순간을 잡아내기가 지금도 힘들다. 그때 내가 어떻게 몸을 잃었는지, 아니 내가 몸을 잃어버린 두 가지 다른 경우를 어떻게 하나로 뒤섞었는지. 나는 여자로 태어났다. 그것이 사실이다. 나는 스스로 남자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말이 되는 것 같았다. 타고난 신체라는 복잡한 문제가 나를 찔러 대기 시작한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사람들은 나의 남성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에, 내가 구축한 남자의 성(城)에, 내 짧은 머리에 그 청사진이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내가 모든 답을 아는 것처럼 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내가 욕조에서 책을 읽을 때 나의작은 다리, 손, 몸통을 다시 느끼곤 했다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몸을 깨끗이 닦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책에 푹 빠져서 강렬한 비누 냄새를 맡으며, 까끌까끌한 욕조 바닥까지 내 따뜻한 피부의 경계선을 만져 보는 것. - P25
를 살아 있게 해 준 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침묵이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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