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로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절망감이 들어요. 이럴 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까요?" - P7
성미산학교의 남학생에게 내가 했던 답변은 매일매일 구체적이고 작은 승리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당장 거대한 악을 내가 직접 모두 물리칠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작은 차별과 혐오와는 싸워나갈 수 있다. 국가에 소송을 거는 건 무섭지만 회사에 신혼여행 휴가를 요청하는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처럼, 작지만 값진 승리는 내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으니 동기부여가 되고,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 보람도 크다. - P9
동화 속 공주님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아니더라도, 레즈비언 할머니 부부는 드디어 건강보험료를 같이 낼 수 있게 됐다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 P10
우리는 지금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객들 앞에 서 있지만 내일 같이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면 거절당할 거야. 마일리지 합산도, 신혼부부 대출도, 수술 시 동의도, 사망 시 상속도 안 되겠지. 함께하다 보면 분명 힘든 일이 많을 거야.
하지만 원래 인생이 그런 거 아닌가?
마일리지 합산이 안 된다면 내가 언니 카드로 적립을 할게. 신혼부부 대출이 안 되지만 1주택 세금으로 2주택을 보유할 수 있어. 수술 시 동의를 못 하게 하면 아는 사람이 있는 병원으로 가자. 사망 시 상속 순위가 밀린다면 미리 공동명의로 법인을 설립할게. 힘든 일이 많겠지만 함께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을 거야. - P134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냐 묻는 아빠에게는 나 좋고 행복하게 살려고 그런다고 말했다.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신상을 공개하고 언론을 마주할 용기를 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며, 모든 일은 내 편의를 위해서 했다고 대답했다. 괘씸한 조카가 내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도록(참고로 나와 와이프의 남동생들은 아직 미혼이고 여자친구도 없다), 내가 언니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도록, 그냥 다른 부부들처럼 살 수 있도록, 그런 삶의 편의를 위해서.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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