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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기다리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두 번째 이야기
황경택 글.그림 / 가지출판사 / 2017년 3월
평점 :

우리 주변에 사는 꽃과 나무는 사시사철 인간에게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이로운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으며 인류가 시작된 이후로 줄곧 지구상에 살아가며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인간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선물을 주려하지만 인간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풍부하고 더 행복했던건 이러한 자연환경과 연관이 된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드넓은 벌판에 초록이 한껏 생생함을 뽐내고 코끝에 감겨오는 온갖 향기로운 꽃내음은 벌과 나비가 아닌 인간을 그들 곁으로 불러드리곤 했다.
눈만 뜨면 볼 수 있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속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져 갔다. 사는데만 열중하다보면 작은것이 주는 소중함을 잊어버릴때가 많기도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기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어진다. 모든것을 궁금해하고 호기심이 가득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유독 식물, 동물들을 좋아했고 늘 새로운것을 발견하면 어른들께 물어보곤 했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도 얼마나 이쁜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을 눈에 가슴에 새겨넣기 바빴다.
소박한 풀꽃도 사랑스럽게 표현한 나태주의 풀꽃이라는 시를 정말 좋아하는데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꽃일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사랑을 담아 주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다. 황경택씨 또한 나태주 시인 못지 않게 그러한 분이 아닌가 싶다.1972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후 만화가이자 숲 연구가, 생태놀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자연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시는 분이다. 자연관찰 드로잉을 주로 즐기시면서 매일 일기쓰듯 그림으로 담아 놓은 것들을 책으로 묶어 드로잉과 관찰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알려주신다.
<꽃을 기다리다>에서는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에 이르기까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잡초,덩굴,꽃 등을 그대로 책에 옮겨 놓은 관찰 일기이다. 전문적인 지식 정보 뿐만 아니라 소소한 에피소드와 유머러스한 코멘트까지 곁들여져 있어 마치 만화책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그림 또한 실사와 거의 비슷하게 아주 정밀하게 그려져 있어 길가에서 한번쯤 본 기억이 있던 풀들도 새록새록이 기억이 나곤 했다.
자연관찰 드로잉은 똑같이 그리는데만 그치는 정밀화와는 다르다는 작가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저 보고 그리는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자세히 관찰하고 이해하는것이 먼저이고 그다음이 이를 바탕으로 그려나가며 한번 더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어린 시절 많이 보았던 이름 모를 꽃들과 잡초, 꽃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이였다. 모습은 익숙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저 잡초라 생각했었는데 그들에게도 다 이름이 있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니 옛 기억속에서 환생하여 아름다운 꽃이 되어 준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이였는지 모른다. 추억이 되살아나 유년 시절의 기억과 함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서 산 사람들을 이러한 기분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소소한 기억과 추억들은 살아가는데 큰 힘을 주는건 확실하다. 지금부터라도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 길가에 잡초와 꽃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얼마나 느꼈는지 모른다. 이 꽃은 꽃잎이 몇개고 이 나무는 꽃눈이 벌써 나왔구나 하면서 관찰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정말 좋은 교육용 도서일 것 같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나무와 꽃을 관찰하고 공부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 될까.
드로잉북으로도 아주 좋은 안내서이다.
책 뒷부분에 드로잉 수업이라는 챕터가 따로 있어 간단히 코멘트해준 부분이 있어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단지 관심을 내가 얼마나 갖고 보이느냐에 따라 그것에 가치가 달라질 뿐이다. 꽃도 그렇고 풀도 그렇고 사람 역시 그러하다. 이 책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좀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음의 여유와 눈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