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야 - 섬진강의 사계절
김용택 지음, 구서보 그림, 정원 만듦 / 자주보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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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이야기처럼 지금은 보기 힘든 섬진강의 사계절과 자연 생태,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들을 투박한 그림과 함께 글로 엮어졌다. 섬진강의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님은 얼마전 전주 생활을 정리하시고 전북 임실군으로 옮겨와 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의 글 속에는 자연과 사람이 늘 함께 어우러져 원래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운것 처럼 따뜻한 기운이 넘친다. 일상에 찌들려 수 없이 엉켜버려 이제는 풀기 어려워 보이는 실타래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일 때 그의 글은 마음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책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늘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일이 흔치 않는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주위 사람들을에게 베푸는 미소가 글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듯 하다.

 

섬진강이라는 주제가 참 평범해 보이지만 작가에게 만큼은 특별하고 소중한 장소이다.

고향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그런 풍경이 바로 섬진강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아직도 흙길로 구비구비 돌아 들어가는 시골길과 졸졸 흐르는 개울가, 도심지와 동떨어진 한적한 시골의 정경들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내고장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더욱 왕래가 잦고 의미가 남다른 섬진강 지역은 한곳에만 머무는것이 아니라 강줄기를 따라 산과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이 책이 뜻깊에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책이 출간되기 전 친구와 함께 섬진강 물줄기 따라 임실군 시골 한적한 곳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왔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김용택 시인이 근처로 이사를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번에 한번 찾아가 보는것도 좋겠다며 운을 띄웠다. 내가 갔던 그곳에도 얕은 강물이 넓게 흐르고 있었고 징검다리가 강과 강 사이를 연결해 주었으며 다슬기를 잡는 분주한 소길이 느껴졌던 곳이다. 정말 한적하고 풍경도 좋아 멋진곳이라 생각했는데 김용택 시인도 아마 이런 기분에 취해 이사를 하기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온지 일주일 쯤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 살아있을 때 섬진강 이야기를 담은 김용택 시인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 싶었다. 작은 돌들이 물속에서 반짝거리며 보석처럼 빛나고 있고 물때가 가득하여 다슬기가 아주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꽤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던 그 곳에는 푸르름이 가득한 산 기운에 웅장함이 느껴졌고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간지럼피듯 바스락대고 있었다. 자연의 풍경은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모습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옛날처럼 사계가 분명하지 않아 겨울과 봄의 경계가 희미하고 봄과 여름의 경계 또한 확실치 않아 선명한 계절의 구분이 힘든건 사실이다.

 

그림책이다 보니 아이들이 주로 읽어야 할 것 같지만 그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어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할 것 같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라는 점이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더욱 흥미를 일으킬 것 같다. 섬진강에 사는 물고기들의 이름과 특징을 잘 살린 부록이 있어 벽에 걸어 놓고 친근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섬진강의 모습을 그려낸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기억속에 간직된 섬진강의 모습이 지금은 많이 바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는게 사실일테고 그보다 더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살아오신 어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섬진강의 풍경이 그가 담고 있는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자연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기에 강산이 변함에 있어 너무 아쉬워 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우리 모두 그렇게 변해가는게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섬진강 물줄기는 흐르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듯 강가에 물고기들이 살아가고 있듯 그렇게 삶의 큰 의미가 있어서 이기 보다는 그게 순리이고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순진하고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섬진강의 사계와 생태, 그리고 추억을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귀엽기도 하면서 작은것들로 부터 참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기도 했고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이 그의 삶에서는 큰 의미를 갖고 또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작가 또한 아직도 아이같은 동심이 살아있는 분이라고 느껴졌다. 조만간 그곳에 다시 한번 들려 갈겨니, 밀어, 납자루, 꺽지를 찾아 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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