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보인다 - 다큐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
KBS 다큐멘터리 3일 제작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다사다난했던 한 주의 마무리를 책임지고 있는 다큐 3.

매 주 72시간 동안의 기록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한 주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공존하게 만든다. 올해 5500회를 맞이하며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소개 되었던 장소 중 100곳을 선정하여 책으로 엮어져 나오게 되었다. 36천 시간이라는 숫자 뒤에 얼마나 많은 웃음과 감동, 노고와 고단함이 숨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생각을 하며 내일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네모난 TV로 다큐 3일을 보며 우리들은 같은 꿈을 꾸는 순간을 맞이한다. 너무 평범해서 신기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적이다. 특별함보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화려하게 포장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그대로의 열정적인 그들의 하루, 11초를 들여다보며 우리네 인생이 마치 꼭 닮아 있는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의 상황에 비교해 보면 투정을 부리는 듯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불만보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면서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멋지고 예쁜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TV 프로그램도 많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동안 이렇게 시청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돌, 배우, 가수 등 연예인이 나오지 않아도 재미있고 즐겁고 기분좋게 만드는 무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나와 너 그 누구라도 프로그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평범해서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기 때문에 그 어느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내 옆의 사랑하는 애인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끄럽고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TV를 통해서 보던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책으로 엮어진 못 다한 이야기들 또한 새롭게 다가 왔다. 매 주 거의 빼놓지 않고 챙겨 봤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아는 장소들이 많았다. 알고 있어서 식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고 아쉽게 놓쳤던 장소들은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그 또한 좋았다.

 

 

장소마다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모습,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훈훈한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책에서도 각 챕터마다 주제별로 소 분류되어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긴 호흡 없이도 가볍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분위기만 보아도 어느 곳을 소개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사진들은 글과 잘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내 고장, 나의 국내 여행지 등 익숙한 장소들이 나올 때 면 더 집중해서 보게 되고 아직 가보지 못했던 낯선 장소를 들여다 볼 때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빛났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고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행복한 모습이 전부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 喜怒哀樂이 함께 존재하기에 더욱 가슴에 울림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너무 희망적이지도 너무 절망적이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도 나처럼 그곳에서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비루한 나의 모습이 조금은 슬퍼 보이지 않도록 조금은 행복해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수많은 스탭들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 낸 감동적인 인생 드라마.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들 덕분에 보통의 사람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잠이 들기도 하고 희망찬 월요일을 맞이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은 어느 하나 욕심 없이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베풀며 함께 공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지금은 힘들지라도, 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도 주어진 오늘에 충실히 살아가는 성실함과 고생스러운 과거의 시간들이 삶의 지혜와 경험으로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라 믿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나의 친구, 부모,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너와 나의 경계를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 사회를 TV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오늘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앞으로도 두근두근 가슴 뛰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 맛있고 멋있고 따뜻한 모습들을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TV 시청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책으로 만나보는 다큐 3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통해 3, 30년의 시간을 꿈꾸고 그려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본방사수 없이 언제 어느 때건 놓치는 부분 없이 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큰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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