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 - 숨기고 싶지만 공감받고 싶은 상처투성이 마음 일기
설레다 글.그림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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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에 상처 받고 힘들어 할 때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게 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내 마음 다치지 않게 라는 책으로 7년 동안 노란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려 온 설레다님의 감성 메모가 모여 한권의 책으로 엮어진 글이다. 나에게 그녀의 책은 첫 인상이 참 좋았었고 그래서 후기작 또한 기대가 되고 읽어 보고 싶게 만들었다. 부담스럽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감성 에세이는 여러 번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금방 질리는 경우가 많은 것 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온 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도 더욱 기대가 됐다.

 

 

마치 동화책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그림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 동화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잔혹한 현실 동화인 셈이다.

특히 피를 뚝뚝 흘리는 설토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러한 자극적인 모습에 놀라기 보다는 내가 처한 현실은 그보다 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비로써 더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 자극만 받는 다면 그걸로 무슨 위로가 될 수 있겠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낼 수 있겠는가. 그림과 더불어 오랫동안 가슴속에 숨겨두고 묵혀 뒀던 이야기들을 풀어 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욱 가슴에 와 닿게 만들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똑같이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내 생선에 칼집이 생기면 더 맛있는 생선구이가 되겠지.

살아가는 것도 생선구이 (p.16)

 

 

가끔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긴 말보다 또는 긴 글보다 복잡하게 머리 쓰지 않고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공부해야 할 일도 많고 늘 일에 치여서 산다. 이렇게 매일 살다보면 어느 순간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지금까지 난 뭘 했나 싶기도 하고 잘 산다고, 열심히 산다고 했지만 현실보다 더 무서운 불안한 미래가 날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도 한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는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좋다. 멈추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지나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설레다님의 책이 이 풍경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잠시 쉬어가며 날 돌아보며 상처받고 우울했던 나의 어두운 또 다른 내 모습을 안아주고 따스하게 보듬어 줌으로써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더 사랑하고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을 키워 준다.

 

나 혼자만 외로운 건 아닐 겁니다.

나 혼자만 우울한 게 아닐 거예요.

어쩌면 외로움도 우울도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작고 보잘것없는데 괜히 내가 그것들을 부추겨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요.

미리 아파하지 말아요.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p.92)

 

※ 부록으로 컬러링북이 맨 뒷장에 있어요.

 

늘 예스맨으로 살아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고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 자신의 감정과 의지는 묵살한 체 남의 감정에만 충실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내 모습을 잃고 말았다. 진짜 좋아하는 게 뭐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라는 물음에 선뜻 답조차 할 수도 없게 돼버린 것이다. ‘싫어라는 말 한마디를 못하고 마치 그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봐 나를 미워할까봐 두려워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싫어도 좋은 척 그렇게 남의 인생에 끌려 다니고만 있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주체는 나인데 왜 남을 위해서 이렇게 애쓰며 살아야 할까? 나를 먼저 우선시 하고 남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 텐데. 너무나 배려하는 삶이 좋지만은 않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이다.

 

거절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싫은 건 싫다고 눈 딱 감고 말하면 되는데, 싫다는 말을 쉽고 멋지게 할 방법을 찾다 우물쭈물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싫어

언제 이 말을 할 수 있을는지. 하게 되기는 할는지.

수백 번을 연습하고도 어째 한 번을 입 밖에 내놓지 못하니 말입니다. (p.139)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자보다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야.”라고 내 자신에게 말해보면 어떨까.

어제 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은 더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될지 모른다.

설토를 보며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참 뜻깊은 시간이였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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