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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싶은 날
니나킴 지음 / 콜라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머리카락 한 올도 안보이게 꽁꽁 숨느라고 숨죽이며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 헤매이던 때가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의 모습일때는 그저 술래로부터 나의 존재를 안보이도록 만들기만 하면 됐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 어디에도 내 모습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술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숨기고 싶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어지는 기분은 왜 일까? 나만의 비밀 장소였던 장롱 속에서 하루 종일 숨어 있어도 마냥 즐겁기만 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장롱 속으로 숨어들기엔 몸이 너무 커져버렸고 마음 또한 편치 못하다.
살아가는 날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힘들고 고된 하루의 연속 속에 잠시 잠깐의 기분 좋음이 찾아 오는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고마워하며 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기분 좋은 일 하나 없고 힘든 일만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질뿐만 아니라 그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 가고 있다고 한다. 사소한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인생도 하찮은 것이 없고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들 속에서 혼자 외로움을 느끼고 모욕감을 느끼고 자신이 하찮게 여겨질 때가 종종 찾아온다.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서도 늘 일어나고 원만하지 않는 상황속에서도 늘 일어나다.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삶을 이루어 나가는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교류를 하는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관계에 있어서 서툴고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때는 의기소침해지고 세상이 너무 무섭고 버겁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어디론가로 숨어서 나오고 싶지 않아지기도 한다. 세상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숨기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날이 오기도 한다.
워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통해 힘들고 지친 나의 영혼이 너 혼자만 힘든게 아니라고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많은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 혼자만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슬프고 못났고 힘들다고 느낄 때 너만 그런게 아니야 손 내밀며 용기를 주고 있는 것 같다.

남들처럼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남의 인생의 그림자를 쫒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무엇을 위해 뛰어가는 것인 이유도 잊어버린체 어느 순간 앞으로 더 앞으로 달려가고만 있는 존재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그렇게 너무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값진 인생이며 지금까지 열심히 잘 살아왔노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투박한 그림과 짧은 글이 서로 잘 어우러져 읽는 행위에서 조차 부담 없이 글씨를 서둘러 쫒아 가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에세이가 너무 일반적이고 흔하다라는 느낌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늘 편안하게 내 마음이 머물다 갈 수 있고 힘든 순간마다 찾게 되는 것이 이런 힐링 도서인것 같다.

책에서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책을 읽는 동안 나를 돌아보고 자신과의 시간을 갖으면서 내 마음 잘 들여다 보고 잘 다독여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이미 많이 지친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의 책으로는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진정한 편안함을 줄 수 없다. 그저 잠시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책속에 나를 숨기고 내 마음을 숨기고 잠시 잠깐 다른 세상으로 일탈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사라지고 싶은 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한 감정 치유 도서이다.
정말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하루 하루가 너무 버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나 많은 위로도 받고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하다. 반면에 책을 읽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아직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니 좋아해도 될 것 같다. 이 순간을 지나면 나도 언젠가는 이 이야기들이 재미없고 전혀 감흥이 없어질 날이 오겠지? 빨리 그날이 돌아와서 내 마음의 안정과 여유로움이 가득하길 바래본다. 나의 소중한 하루와 일상들이 더 값지고 행복한 날들로 체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