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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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창문을 열어 젖힌다.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가 나의 폐 깊숙이 들어와 정신을 맑게 해준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에게 주어진 삶과 살아있음을 행복으로 느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본다.

소설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재의 내 삶에 만족감이 향상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행복인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책을 보는 순간 전공 도서마냥 두꺼운 두께를 보고 한번 놀라고 약 700페이지 가량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서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화려한 글 솜씨와 짜임, 구성, 소름 돋게 만드는 사실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고도로 집중하게 만드는 놀라운 가독성과 몰입력은 그 어떤 소설에서도 맞보지 못한 논픽션 소설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 되어 진다. 픽션보다 더 충격적이고 놀라운 논픽션 소설〈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될 거라고 예상해 본다.

 

왜 15년 만에 한국 독자들로 하여금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다시 복간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번역소개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많은 독자들에게 내가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전해주고 싶고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소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하며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어떤 소설과도 비교되어질 수 없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1977년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처형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실화를 다룬 논픽션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그의 친동생으로 자신의 형의 죽음을 사실적이면서도 누구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또한 왜 자신의 형이 무고한 사람을 살인을 하고 자신 또한 왜 죽음을 맞아야 했는지 가족의 역사와 집안의 내력을 속속들이 밝히고 온 가족의 성장 배경과 인생을 너무나도 자세하고 부끄러움에 들추기 어려운 사소한 것들 까지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게리 길모어의 사형이 집행되어진 이후에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자처럼 살아야만 했던 베시 길모어와 마이클, 프랭크의 삶은 그들이 죽을 때 까지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어 한 가정을 고통 받게 만들었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공동 운명체의 속박된 인연이며 복잡하게 얽힌 피의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단어가 있다.

‘가족’

대부분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패턴이자 수순이다.

그러나 그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이루어 낸 후의 생활이 더 중요할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며 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모든 이들의 꿈이고 행복일 것인데 마이클의 가족은 이 행복이 지옥과 같은 끔직한 것이라 느낄 정도로 행복하지 못한 것 이였다. 평범치 않은 모르몬 혈통의 어머니와 온갖 사기를 서슴치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아버지 사이에서 4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큰형 프랭크와 둘째 게리, 그리고 셋째 게일렌. 그러나 막내 마이클만은 제외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형제들 사이에서는 왕따를 당해야만 했던 막내 마이클은 형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며 그들과는 공감하지도 공유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갔다. 마치 남의 인생인양 형들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 슬픔들을 함께 공유해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죽음을 겪고 책을 내면서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게리의 살인 과정 등을 하나하나 조사해 나가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큰형의 섬세한 기억력 덕분에 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큰형의 존재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그는 많은 부분을 기억해 냈고 또한 비통한 가족의 운명을 온 몸으로 느끼고 체감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인생에 끼여 끝까지 속박당한 채로 고통 받아야 했던 큰형의 인생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것이다. 가족사를 들어 가장 비참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을 손꼽자면 사형 당한 게리를 들 수 있겠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삶도 그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에 가볍게 누구의 삶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인간이 이리도 힘들고 어렵고 아프게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각의 인물들의 삶은 너무도 처절하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의 군상들이 모여 한 가족의 삶으로 보여 진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소름끼쳐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인데 마이클의 가족들은 어떻게 그 긴 시간들을 견뎌냈는지 궁금해 진다.

산다는 것이 그저 숨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

 

 

게리에게 유년기의 가정불화와 폭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정폭력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분노와 억울함을 키우게 만들고 더 나아가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에는 부모에 대한 원망들이 점점 힘이 커지면서 밖으로 표출되어진다. 그로 인해서 병리적인 문제와 사회적 문제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게리의 경우에는 그를 폭력적이고 살인의 충동을 느끼게 만든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은 게 사실로 보여 진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질 만큼 가혹한 운명이였다. 극히 드문 일이라고 생각되어지던 이러한 가정폭력들은 이제는 매일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일이 되어진지 오래이다. 부모, 부부, 형제, 자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으로 행해지는 폭력들만이 가정폭력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잘못된 언어 사용이나 상대방에게 모욕적이고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들 또한 폭력이 되어 질 수 있는 것이므로 폭력이라는 그 영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매일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가정불화와 폭력은 찬물에서부터 천천히 데워지는 냄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어느 순간 뜨겁게 달아오른 물속에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을 망각한 체 자신의 몸을 잠식시키고 마는 것이다. 틀 안에 갇힌 체 영원히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속된 상태로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가정환경의 중요성, 부모의 육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가정 폭력은 대물림 된다는 것이 입증된 사실이라 게리의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들의 존재가 그들의 고통스럽고 잔인한 운명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염려와 걱정이 마이클에게서도 보이긴 하지만 가족들이 받았던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지옥을 경험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저주스러움 없길 바랄뿐이다. 마이클 가족의 고통과 슬픔들이 소설로 재미와 박진감을 주었지만 그것이 그저 재미있게만 느껴버리면 안될 것이고 우리가 왜 그들은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을 비난하거나 나쁘다 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사회적 환경 요소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또 다른 살인자 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주인공 들이 겪었던 하루 1분 1초는 보통 사람의 일생의 고통과 맞먹는 것이 아니였을까. 그만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계치를 훨씬 넘는 극한의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매 순간 행복할 수 없고 좋은 일만 가득할 수 없지만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행복한 기억 하나씩은 간직한 체 그 순간들을 이겨내는데 게리에게는 어떠한 행복한 기억이 없이 지옥 같은 불구덩이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죽음만이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었던 가혹하고 모진 운명과 삶. “인생은 공평하다”라는 말이 게리 길모어의 삶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가족들을 둘러싼 정체 모를 어둠의 기운들, 악령이라고 말하는 실존하지 않는 존재들로 하여금 그들이 짊어져야만 했던 불행의 이유를 그렇게라도 설명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마지막 책장을 넘겨진 순간이 한 참을 지나서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들이 가슴속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기분이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는 이 아름다운 봄에는 어울리지 않는 다소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계절과는 상관없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들이 그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게 여겨질 만큼 내게는 너무 큰 충격을 준 소설이다.  한 번 읽으면 멈출 수 없고 한 번 읽고 나면 잊어버릴 수 없는 소설!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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