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소월부터 릴케까지, 전 세계인이 사랑한 명시 46편을 캘리그라피로 만나볼 수 있는 《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는 시와 더불어 손글씨를 연습할 수 있는 두가지 장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글에 담긴 의미들을 곱씹으며 짧은 단어에도 소설못지 않게 긴 스토리를 접할 수 있고 깊은 여운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모든 감정과 감성이 녹아있기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쉽게 다가가며 마음에는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다. 글귀가 아름다우면 머릿속에 또는 가슴속에 담아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필사를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오래도록 취해있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를 아름다운 글씨로 써내려가는일이 얼마나 멋진 일이고 의미있는 일인지 알수 있게 된다.

한 글자 한글자 정성들여 쓰다보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속에 흔적이 남아있고 잔상이 그려지기도 한다.

내게 처음으로 캘리그라피의 세계를 알려준 이 책은 입문자에게도 결코 어렵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었다. 또한 글씨쓸때 어떠한 부분을 중점을 두고 써야할지 간략하게 알려주니 큰 도움이 되었다.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책의 구성은 4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각 주제와 어울리는 시들이 왼쪽면에 허수연님의 캘리그라피가 있고 오른쪽면에는 따라쓸 수 있게 여백으로 되어있다. 오른쪽 하단에는 시 제목과 저자, 캘리그라피 감상tip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시의 느낌을 충분히 느낀다음에 그것을 글을 통해 표현해 내는 방식인것 같다.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가이드 부분을 보면 첫단계가 느끼기인데 그만큼 글씨를 쓰기전에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와 맑은 정신, 일상에 지쳐 하나에만 집중해 있던 감각을 분산시켜 다양하게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깨끗하고 순화된 마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중에서-

 

처음에 무턱대고 글씨만 따라하려고 보면 똑같지 않게 되는 부분도 많고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원본의 글씨만 판에 찍어내듯 따라 쓸려고만 하다보면 어느새 1등만 하는 남의집 자식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존재를 비교당하는 것처럼 흥미와 재미를 잃어버리게 되버린다. 작가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손글씨를 담아낼 수 있었겠는가. 한 번의 붓 스침으로 그와 맞먹는 결과를 바라는 나의 오만함과 욕심은 그저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자존감을 낮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여유를 가지고 오래 관찰하고 집중하고 따라쓰면서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감각과 글씨들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놀이를 어느 순간 숙제처럼 꼭 해야만 하는것으로 여긴다면 그 어떤 재마난 놀이라도 딱딱하고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나만의 글씨, 나만의 느낌은 그 누구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처음부터 욕심만 내지 말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나의 느낌을 그대로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날을 만들어 가야겠다.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다양한 글씨체들로 책을 넘겨 보면서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동글동글 부드럽고 귀여운 느낌의 글씨와 터프한 매력이 느껴지는 힘있는 글씨, 바람에 날리듯 하늘거리는 글씨, 투박하지만 정겨운 글씨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캘리그라피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글씨는 왠지 모를 그림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흘려 쓰듯 바람에 흩날리듯, 강한 물결이 세차게 밀려오는 듯한 느낌의 글씨체다. 슬픔과 아련함, 고독이 느껴지는 글귀와도 잘 어울리고 나의 마음 또한 가슴이 시린듯한 느낌이 들면서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글씨 하나에 마음이 울었다 기뻤다 슬퍼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

글씨에는 그 사람의 마음과 몸짓, 눈빛이 모두 깃들어 있기 때문인것 같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는 말이 있다. 어느때부터인가 나는 이 말이 외로움을 감추기 위한 그럴싸한 포장용 단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외로운게 아니라 고독한것이라 여기며 자신을, 남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글을 써 내려가다 그만 멈추고 말았다. 내 마음이 울고있었나 보다.

결국 '다'자를 쓰지 못하고 책을 덮어야 했다.

 

 -유안진 〈키 〉중에서-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전혀 모르겠다.

아직 철부지 어른인것일까? '키'라는 시를 읽으면서 너무 공감되고 같은 고민을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읽고 또 읽어보면서 마치 풍선껌의 단맛이 다 빠질때까지 씹고 또 씹어 보았다.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는 자리가 부족해서 쓰지 못했다.

왠지 남의 몫은 울어주기 싫은 아이마냥 투정을 부려 보고 싶었다.

 

-강제윤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중에서-

 

'사랑' 그 이름 앞에서 쿨한척 해보고 싶었다.

견딜수 없는 사랑을 굳이 견딜려고 하는 바보같은 마음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김춘수 〈너와 나 〉중에서-

 

-윤보영 〈비 〉중에서-

 

마침 비가 오던날 그리움에 흠뻑 젖어 따라 써 보았다.

배경또한 빗방울이 맺힌듯한 효과가 아주 잘 어울린다.

 

-나태주 〈멀리서 빈다 〉중에서-

 

나태주님 하면 '풀꽃'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 시 만큼이나 멋진 시구이다.

 

-로버트 블라이 〈사랑을 하면 〉-


마카를 이용해 멋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따라 써봤다.


 

 - P. 파울라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중에서-

 

글의 구성과 호흡을 잘 조절하여 쓰는 것이 관건이다.

곡선보다는 직선이 쉽게 따라쓰기에 좋아 쓰다보니 재미도 더 느껴진다. 하지만 곡선은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함이 느껴져서 연습을 많이 해서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잘하고 싶다'도 좋지만 '해보고 싶다'가 먼저 이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떠한 동기부여가 되었든 시작해 보고 흥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빨리 배우는 길인것 같다.

긴 호흡으로 단번에 내려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처음이라 아직 미숙하고 다양한 표현을 구현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화려함보다는 간단명료한 시구를 통해 연습을 하는 것이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서툴고 처음이라 긴장해서 손도 떨리고 마음과 다르게 종이 위에서 멋대로 춤추는 붓을 통제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였고 앞으로도 계속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시와 함께라 더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