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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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또 나왔어?”

1년에도 몇 권씩 책을 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올때 면 늘상 들던 생각이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 뜻밖에 많은 사랑을 받아 시리즈를 이어가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시노부 선생님, 안녕!』이다. 집필 기간만 7년이라는데 그동안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해 온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로서의 열정이 느껴진다. 200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TV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하였다고 하니 글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많은 의심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전작이였던『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먼저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질 것인지가 가장 큰 궁금증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많은 국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과연 그의 글은 여느 팬들과 마찬가지로 호평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그의 책들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고 입소문이 좋아 믿고 보는 작가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여느 카페에서나 독자들에게는 유명인이다. 하지만 인기 있는 작품들, 소위 베스트셀러에 이름이 오른 책들에겐 큰 관심이 없었서 나에게는 더욱 생소하였고 그의 작품이라고는 『방황하는 칼날』 하나 뿐이였기에 그의 대한 내 느낌을 평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확실히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처음 그의 글을 접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가벼우면서도 긴장감과 현실감이 느껴지는 글의 구성과 짜임이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하게 만들고 가독성이 좋아 한번 손에 잡으면 책을 다 읽어버리게 만드는 매력이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글을 정말 잘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은 한마디로 쓸데없는 걱정들이 였다. 전작이였던 책내용을 모르고 있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었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입소문의 진상은 확실히 입증된 것임을 몸소 알게 되었다. 시노부 선생님이 처음에는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여교사였고 그것도 아주 미인에 남자들에게 엄청난 대시를 받고 있는 인물이였고 다소 교사라는 본분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와이들하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다케우치 시노부라는 주인공은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인물이다. 지금은 중학생인 덧페이와 이쿠오라는 학생은 시노부가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제자들이라는 것을 거의 매 챕터마다 알려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그들의 관계를 알 수 있었고 능청스럽고 장난기 가득하지만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역할은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고 깨알같은 재미를 느낄수 있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총 6가지의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각각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라 색다르고 새로운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흥미로움이 더해가는 듯하다. 또한 이야기가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라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탐정, 시노부!

전문적인 탐정은 아니지만 사설 탐정가보다 더 날카로운 관찰력과 사건의 정황을 잘 이해하고 명백히 주어진 단서들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고 언제나 사건의 결말을 명확하게 집어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는 법칙이 성립이 되어 그 어떠한 의구심이나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 상황이 가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사건에 관해 비현실적으로 잘 풀어버려서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끝나버린것도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독자라면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추리와 전혀 상관없이 그냥 즐기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시노부 선생님은 공부 중

이야기의 시작은 야구시합 장면으로부터 시작 된다. 인물들과의 연계성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뒤에 이어질 이야기들의 바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니시마루 할아버지 회사에서 ‘요네오카’라는 사람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노부 선생님은 폭주족

시노부가 운전면허 연습을 하면서 이쿠오의 엄마인 ‘하라다’씨의 교통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로 와카모토와 고바야시의 비밀이 들어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특히 개똥이라는 매개체가 큰 역할을 했던 장면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덧페이와 이쿠오의 등장을 위해 심히 배려해준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똥이란 단어만 말해도 좋아하니 말이다.

 

시노부 선생님의 상경

시노부의 제자였던 유타가 도쿄로 이사가서 힘들어 하는 메시지를 보내왔길래 시노부는 이를 알아체고 친구의 결혼식을 빌미로 겸사겸사 유타에게 들리게 된다. 이때 유타의 동생의 유괴 사실을 알아첸 시노부는 어떻게든 그 사건을 알아보려 애쓰는데 결말은 훈훈하게 끝이 났지만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법한 감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소외되는 가족 구성원들의 소리없는 외침이라고나 할까. 어디 아이들 뿐이겠는가. 어른들 또한 부모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짖눌려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자고 일하는 것인데 일하자고 행복을 버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노부 선생님은 입원중

가장 코믹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시노부를 사이에 두고 혼마와 신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너무 재미있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글로나마 잠시 행복함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복받은 여자 시노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같은 병실의 할머니인 후지노의 이야기는 위조지폐와 관련된 하나의 사건이였지만 혼마와 신도의 사랑 쟁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듯 하다.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남자들이 죽자살자 한 여자만 좋다 매달리는 이야기) 내가 현실로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재미있으면서도 부러워서 배가 아프기도 했다.

 

시노부 선생님의 이사

6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잔잔한 이야기였다.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

시노부가 다시 선생님이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야마시타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전근의 이유를 알아가면서 준이치가 왜 뜀틀을 하다 다쳤고 쓰토무는 왜 준이치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서로 얽키고 설킨 이야기들이 마지막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간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준이치를 도와 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어 뜀틀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학교에서 일어났던 이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신도의 프로포즈에 대한 시노부의 대답이 하이라이트다.

신도라는 단순한 남자의 프로포즈를 과연 1년 후에 자기 욕심이 아주 강한 시노부는 받아들여 줄 것인가 궁금해진다. 언뜻보면 삼각관계에서 흔들리다 마음 굳힌 시노부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온통 연애에 대한 관심사가 눈에 띄는 나의 감정에 크게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시노부 선생님의 시리즈는 끝이 났다.

작가의 여러 가지 사정상 글을 더 이어가지 않을 거라는 말과 함께 이 작품을 쓰면서 참 행복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버린 이야기지만 『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데 충분했고 게이고님의 팬이 한명 더 늘어나겠군! 이라며 속으로 옅은 웃음을 띄어본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너무도 강해 엄청난 이야기들이 스팩타클하게 이어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데 막상 본문은 그렇게 큰 사건들이 아닌 약간의 헤프닝과 사건, 사고의 사이라고 할까. 책을 덮으며 마음 한 켠으로는 현실의 모든 사건과 사고들이 원인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져 어떠한 고통과 의문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소설에서처럼 명백한 단서와 증거들, 그리고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에서의 주변 인물들의 협조적인 상황, 모든 사건은 因果應報와 事必歸正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현대사회에 접어들수록 더욱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과 이를 잘 헤아린 작가의 마음이 시기적절하게 잘 맞아 떨어져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 같다.

아직 게이고님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가볍게 읽기 쉽고 글의 호흡이 짧지만 다양한 사건들이 주는 재미가 있는 『시노부 선생님, 안녕!』을 적극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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