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결혼하면 사랑은 끝나는 걸까요?"


《미 비포 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원 플러스 원 》으로 한층 더 성숙해지고 깊이 있는 글로 많은 감동을 선사해 줬던 작가 조조 모예스가 이번엔  《Honey moon in Paris》로 다시 찾아왔다.

전작에서 받았던 재미와 감동이 너무나 컸기때문에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그 어느때보다 컸다.

표지 디자인이 굉장히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우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신혼의 달달함과 로맨틱한 파리의 풍경이 그려지는듯 하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여성 작가의 세심함이 여성 독자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작과 비교해서 보자면 크게 달라진 점이 책의 두께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두툼했던 소설책의 느낌이 아닌 가벼운 에세이 책같은 느낌으로 책의 구성에서도 100여장의 실제 파리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여유롭고 글을 통한 재미와 함께 눈으로 보고 즐기는 여유까지 만끽할 수 있다. 어찌보면 사랑이라는 진부하고 흔해빠진 연애소설을 다룬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텐데 늘 친근하면서 낯설지 않게 다가와 주는 조조 모예스 글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랑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가벼운듯 하지만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고 그 적정 수준을 잘 맞추어 결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두 부부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두 부부 이야기는 서로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곳에서 사랑을 하고 서로 고민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 소설의 중심은 막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을 온 부부사이에 일어난 갈등으로 인한 결혼과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되 찾아가는 과정이 서로 다른듯 이어져 있는 복선의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신혼여행 중에도 일에 바빠서 아내는 뒷전인 남편 데이비드와 그런 모습에 자신이 꿈꿨던 로맨틱한 신혼의 단꿈이 깨질것 같아 불안한 리브, 그림도 꾀 잘 팔리는 화가지만 돈은 못받고 친구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남편  에두아르와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보고 남편 내조에 힘쓰는 소피.


막 결혼해서 신혼여행 왔는데 그것도 일주일도 아닌 5일!

남편은 일만하고 있고 자신은 소외된체 혼자 배낭여행 온듯이 외롭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리브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부부는 정말 그리던 여행지로 신혼 여행을 왔지만 여자는 미술관 구경하기, 남자는 야구 관람하기등 서로 다른것을 하고 싶어하고 결국 서로 몰랐던 다름의 차이를 심하게 느끼며 결혼에 대한 회의까지 느끼게 되는 장면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혼여행지에서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이유는 결혼이라는것이 그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고 자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고 싶어지기 때문에 사소한것에서 오는 차이가 곧 잘못된 선택이 아니였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나는 사랑에 빠지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 중 하나였어요. (p.104)

 

당신은 이것만 기억하면 돼.

당신을 알고 나서야 나는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p.98)


화가 에두아르의 곁에는 늘 여인들이 맴돌고 그로 인해 부인 소피는 불안해하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결혼 전에 자유롭던 생활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되돌아 갈것만 같은 생각이 들고 주변의 말을 듣자니 곧 자신은 버림받을지도 모를거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소피는 더없이 행복해야할 때에 가장 불행한 여인이 되어버렸다. 흔히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질투심을 강하게 느낀다고 하는데 그것이 남자에 대한 사랑이 커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남편에게서 확실히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때 더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전자에 가깝지만 특히나 결혼을 하고 얼마 안 있어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생각이 든다면 더더욱 그럴것 같다. 남자가 사랑하는게 과연 내가 맞을까? 나 말고 다른 여자들에게 곧 흥미가 생겨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것이다. 결혼을 한 사람도 그렇겠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에게도 이러한 고민과 걱정은 마찬가지라 생각이 든다.

꼭 허니문에서만 느끼는 감정들이겠는가. 살아가면서 남녀가 함께 사랑하는 일에는 늘 기쁨과 행복, 고통과 슬픔이 공존하기에 수 많은 감정이 복잡미묘하게 얽혀있고, 절대 식상하지 않는게 바로 사랑일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넘쳐나는 파리에서의 신혼여행은 전 세계의 신혼부부에게는 꿈의 도시일 것이다. 또한 저절로 사랑에 빠질것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기에 파리에서의 여행이 더 기대되지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여행자들은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사랑하고 싶어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소설의 배경이 파리가 아닌가 싶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의 사랑도 그렇게 행복해보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한순간 비틀어진 마음과 결혼의 회의속에서도  다시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났는지 모른다. 이것이 파리여야만하는 이유일지도.



신혼여행이 우리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니 절대 되돌리 수 없다고도 했어. (p.242)



아직 사랑도 확실치 못한 사람이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결혼을 하면 확실해 질까?라는 의문점은 30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많이하는 고민중에 하나인것 같다. 과연 사랑이 무엇이길래 결혼까지 할 수 있는 것이지? 진짜 사랑이 뭘까? 수없이 되뇌이고 떠올려봐도 내 마음에 확 와 닿는 것은 어렴풋한 설레임의 감정뿐이다. 아직까진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게 아닐까 아니면 충분히 사랑을 주지 않아서 그런걸까. 《허니문 인 파리 》를 읽으면서 사랑에 대한 확실한 정의나 방법을 찾을수는 없다. 하지만 사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것이 아마 사랑이겠구나 하는 마음은 들 것이다. 《원 플러스 원 》에서 보여줬던 가슴떨리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잔잔한 감동은 전해져 온다. 너무나 짧게 끝나버려 아쉬움도 남고 쉽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가 없지만 여자의 인생,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생각해보느라 책을 바라보며 한없이 생각에 잠기게 된다.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바람, 여행하기엔 더 없이 좋고 결혼하기에도 정말 좋은 계절이 왔다. 많은 커플들이 부부가 되어 신혼여행을 떠날것인데 이때 필요한게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결혼생활이 완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하게 될 거야.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