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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품고 다가와 풍경을 매만지며 노래하게하는 바람이 분다.
강가에는 비릿한 물냄새와 야릿한 풀냄새가 섞여 공기중에 떠돌고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만 귓가에 맴돌고 있다.
크림색 달은 하늘 높이 떠 어둠속에서도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도록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모리사와 아키오님의 소설속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 情이 깃들여 있다. 각박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세상이 바로 책을 펼쳐드는 순간 열리게 된다. 작년 이맘때쯤 《푸른 하늘 맥주 》로 시원한 여름을 맞을 수 있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시기적으로 잘 어울릴만한 이야기로 무더운 여름을 즐겁게 보낼수 있게 만들어 준것 같다.
《나쓰미의 반딧불이 》라는 제목만으로도 몽환적인 느낌과 행복감으로 가득하다.'반딧불이'라는 곤충은 공기가 아주 맑은 곳에서만 가끔 볼 수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 이름과 존재만으로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사실 소설속에서는 기대했던것 보다 반딧불이의 역할이 크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는 나쓰미와 싱고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다.
우연히 '다케야'라는 곳을 알게 되어 야스할머니와 지장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맺고 불사 운게쓰와 어린 다쿠야와 히토미와도 가족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각자 가정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체 상처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게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를 더욱 이해해주고 감싸줬는지도 모른다. 인연이 되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아름답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인생에서 완전체를 이룰 수 없던 '가족'이라는 것을 이루어 낸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작은것들의 아름다움과 행복들이 이야기 속 곳곳에 깃들여 있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깨끗함과 밝은 미소는 다쿠야와 히토미에게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 싱고와 나쓰미, 파란만장했던 젊은시절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나이가 된 중년의 운게쓰, 무료한 일상의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을거라 생각이 드는 산골에서 지내는 나이든 母子의 단출한 삶에서 인생의 한 순간 순간들을 하나의 이야기들로 엮어 놓은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간의 흐름이 주인공들을 통해 그대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人生의 긴 과정이 파노라마형식으로 빠르게 흘러가듯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의 행복들을 떠올려본다.
"남은 달력이 이제 너무 얇아. 아아, 올해 여름은 안 끝나면 좋겠는데 ……."(p95)
힘든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만 지나가는 듯 싶지만 행복한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모른다. 마치 방학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어린아이들 처럼 싱고와 나쓰미는 그렇게 아쉬움에 한숨 짖는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그러한 아쉬움 조차 느끼지 못한체 시간의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어떠한 열정도 의욕도 없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것 같아 이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행복한 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묻득 든다.
"인간은 무엇과 무엇을 비교할 때 늘 착각을 일으킨대. 그러니 자신을 타인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p.127)
지장할아버지가 싱고에게 해줬던 말이지만 곧 나에게 하는 말인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거라 생각이 들지만 늘 나보다 잘난 사람들의 그림자에 가려 나의 존재를 아주 작게 만들어 버리는 생각들이 점점 불행의 길로 빠져들게 만드는 지름길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타인의 행복을 내 것인냥 흉내내며 좇지 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한다면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행복이, 뭘까 ……?"(p.134)
잠자리는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여름이 다 끝나갈 무렵 많은 일들을 겪고나서 나쓰미는 생각한다. 누군가와 함께 날고 있어서 행복한 것이라고.
사람곁에 사람이 있어 행복한 것이고 내가 그 사람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내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작은것에 감동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무거운 마음과 욕심들을 비워나가면 행복은 곧 습관처럼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인간이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면 그 인간에겐 재능이 없었던 게 되지. 굳게 마음먹고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꿈을 이룰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녀석만 나중에 천재 소리 듣게 돼."(p244)
운게쓰가 싱고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
꿈이라고 한번 제대로 꿔보지 않고 쉬운길로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꿈이 있어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나이들어서도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눈빛부터가 다르다고 한다. 열정과 끈기만 갖고 있어도 내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을것이다. 도중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늙어서도 꿈을 갖고 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비록 천재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도 말이다.
고마워...
존재만으로도 고마웠던 사람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진심으로 건낸 한마디가 눈가를 촉촉히 적신다.
그 어떠한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 마디.
이 여름날의 추억속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느껴진다.
비록 지장할아버지와 야스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했지만 나쓰미와 싱고 사이에 새생명의 기쁨이 존재한다.
강물이 흐르듯 우리들의 인생도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갈 것이다. 단지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내 기억속에 남아 영원히 간직된체 행복한 모습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잔잔하면서 감동이 있는 스토리가 있는 《나쓰미의 반딧불이 》는 역시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무지개 곶의 찻집 》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우연성, 인연, 바다, 동물, 자연이라는 공통적인 주제가 서로 이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자극적인 요소들이 없고 푸근한 정이 느껴지고 유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 많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책인것 같다.
이 무더운 여름과도 너무 잘 어울리기에 올 여름 휴가때 함께하면 좋을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